코로나 틈타 74명 탈옥···혼돈의 이란, 되레 "美 돕겠다" 과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란 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혼돈에 휩싸이고 있다.

코로나 일시 석방 틈타 탈옥, 폭동 이어져 #최다 발병 美에 오히려 '돕겠다'며 비아냥 #자리프, SNS에 美, 한국에 도움 요청 기사

29일(현지시간) 인도 매체 더 뉴 인디안 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이란 당국이 교도소 내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수용자를 일시 석방하는 틈을 타 탈옥 사건이 벌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란군 병사들이 지난 26일 테헤란 국제전시관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 환자 임시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군 병사들이 지난 26일 테헤란 국제전시관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 환자 임시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란 코르데스탄주의 교도소에서는 지난 20일 수용자 74명이 탈옥했다. 이 가운데 20명이 자수하거나 붙잡혔지만, 54명이 여전히 체포되지 않아 경찰이 추적 중이다.

이란 로레스탄주 호람어버드시 교도소에서도 지난 19일 수용자 23명이 탈옥했다. 이들 죄수는 교도관들이 20일 예정된 일시 석방을 준비하면서 혼란스러운 틈을 타 교도소를 탈출했다.

이란 당국은 매년 새해 명절 ‘누루즈’를 맞아 모범수 등을 일시 석방해왔다. 새해 첫날인 20일부터 4월초까지 1~2주 정도 석방된다. 그런데 올해는 교도소 내 신종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8만5000여명을 일시 석방했다.

또 이란 하메단주와 로레스탄주의 교도소에선 폭동이 일어났다고 외신이 전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폭동을 근거로 이란 교도소 내에 이미 신종 코로나 감염 사태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이란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전날보다 3186명 늘어 4만1495명으로 집계됐다. 이란 내에서 지난달 20일 발병한 이후 하루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이 나왔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117명 증가해 2757명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미국을 향해 이란 당국은 오히려 이란이 미국을 도울 수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의 대처를 비난했다.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이 한국에 의료 물품 지원을 요청한 사실을 전한 기사를 올렸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장관 트위터 캡처]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이 한국에 의료 물품 지원을 요청한 사실을 전한 기사를 올렸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장관 트위터 캡처]

26일 이란 국영방송 프레스TV 등에 따르면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미국이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우리를 돕겠다고 했는데 그런 도움은 필요 없다”면서 “오히려 우리의 충분한 의료 체계로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위기에 처한 미국 국민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미국)의 의료 체계가 전염병에 시달리는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처지”라고 비꼬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북한‧이란 등이 필요하다면 도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란 지도자들은 이같은 미국의 제안을 두고 “새빨간 거짓말”이라면서 미국의 도움을 거절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역시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에 대처하는 의료품 지원을 한국에 요청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를 올렸다. 그러면서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란 곳도 팬데믹에선 다른 나라에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는 거부한다. 미국은 영원한 팬데믹을 원하나”란 글을 썼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