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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보다 충격 컸다…3월 소비자심리 역대 최악 ↓

중앙일보

입력

3월 들어 소비자심리가 무섭게 얼어붙은 것이 지표로 확인됐다. 충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역대 최악의 수준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소비자심리에 미친 영향이 가히 ‘역대급’이다.

26일 오전 6시 대구 북구 침산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북부센터에 이른 아침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책자금 융자를 신청하기 소상공인들이 찾았다. 뉴스1

26일 오전 6시 대구 북구 침산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북부센터에 이른 아침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책자금 융자를 신청하기 소상공인들이 찾았다. 뉴스1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한달 전보다 18.5포인트 하락한 78.4를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72.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 하락폭으로는 2008년 7월 통계가 나온 이래로 가장 크다. 이전까지는 리먼브라더스 파산(2008년 9월) 직후인 2008년 10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2.7포인트 떨어진 게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소비자에 미친 충격이 더 컸던 셈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때는 2008년 10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2.7포인트 급락한 뒤 6개월이 지난 2009년 4월에야 위기 직전 수준(2008년 9월 90.6)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평균(2003∼2019년)보다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코로나 여파로 확 꺾인 소비자심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 여파로 확 꺾인 소비자심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수의 세부 항목을 봐도 어느 것 하나 괜찮다고 할 만한 게 없다. 현재 경제상황을 드러내 주는 현재생활형펀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월보다 8포인트 하락한 83으로, 2012년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생활형편전망CSI(83), 가계수입전망CSI(87), 소비지출전망CSI(93), 현재경기판단CSI(38), 취업기회전망CSI(64)가 2009년 3월 이래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9년 3월이면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고꾸라져 바닥을 찍었을 때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현재의 경기와 앞으로의 전망이 모두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나쁘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가 확 꺾인 데다 기업들의 생산시설 가동 중단이 이어지면서 돈을 벌기도,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리수준전망CSI은 전달(92)보다 20포인트 떨어진 72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 3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두차례 정책금리를 내려 제로금리로 돌아간 데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75%로 끌어내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

임금수준전망CSI 역시 전월(116)보다 7포인트 하락한 109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주택가격전망CSI는 전달과 같은 112에 머물렀다.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됐지만 아직 주택시장까지 흔들릴 것으로 보진 않고 있는 셈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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