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끊긴 지 오래” 임대료도 못냈다, 면세점의 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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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SM면세점이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26일 서울 공평동의 SM면세점. [연합뉴스]

SM면세점이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26일 서울 공평동의 SM면세점. [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 롯데면세점 소공본점. 올 초만 해도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代工)으로 가득했지만,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면세점 관계자는 “손님이 뚝 끊긴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 95% 줄어 #SM 시내면세점은 특허권 반납 #롯데·신라·신세계 휴업·단축영업

하늘길이 끊기면서 면세업계에 불황의 후폭풍이 몰아닥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에 이어 면세업계가 2차 타격을 입는 모양새다. 과거 면세점 사업권 입찰을 두고 대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건 옛말이다. 면세업계에선 “올 상반기 매출이 1년 전의 50% 수준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항공업과 면세업은 한 몸처럼 움직이는 만큼 불황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24일 기준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수는 931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9만4000명 수준이었던 일평균 이용객 수가 1만 명을 밑돈 건 공항이 문을 연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 불황’닥친 면세업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 불황’닥친 면세업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불황의 신호는 지난달부터 두드러졌다. 올해 8월 계약이 끝나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금싸라기’로 꼽히는 향수·화장품(DF2)과 패션·기타(DF6) 구역 사업권이 유찰됐다. 향수·화장품의 경우 면적당 매출(연 매출 3500억원)이 가장 높은 데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어 대기업의 전쟁터였지만 모두 외면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면세점 입찰에서 유찰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죽느냐 사느냐 상황인데 체면 차리기보다 냉정하게 수익성을 따졌다”고 설명했다.

발길 뚝 끊긴 인천공항.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발길 뚝 끊긴 인천공항.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면세점 문을 닫는 곳도 늘었다. 롯데·신라·신세계 ‘빅3’ 면세점은 하루 2~7시간 단축영업을 하고 있다. 롯데 김포공항점은 12일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신세계는 명동·강남점이 월 1회 휴업한다. 빅3는 지난달 매출이 전달 대비 4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처음 연 매출 20조원을 넘기며 호황 신호를 먼저 알렸던 면세점의 굴욕”이라고 진단했다.

중소·중견 규모 면세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SM면세점은 25일 2015년부터 운영한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한다고 밝혔다. 올해 9월 30일 문을 닫는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4곳(시티·엔타스듀티프리·SM·그랜드)은 20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임대료 인하, 휴업 시 임대료 면제를 요구했다. SM·그랜드 면세점은 25일까지 인천공항공사에 2월분 임대료를 내지 못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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