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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정보주며 조주빈 도운 사회복무요원···실체는 스토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내 'n번방' 성 착취 사건의 주요 피의자 조주빈(25·별명 '박사')의 범행을 도왔던 경기도 수원시의 한 구청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강모(24)씨의 과거 행적도 드러났다. 그는 짝사랑하던 30대 여성을 지속해서 스토킹하고 괴롭혀 실형을 살았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강씨는 전과와 정신질환 등으로 2차례나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는데 모두 행정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부서에 복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짝사랑하는 여성 등의 개인 정보를 알아내 범행에 사용했다.

조주빈 공범, 스토킹 등으로 실형 선고 

26일 수원시와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강씨는 2018년 3월 상습협박 등 협의로 수원지법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강씨는 당시 짝사랑하던 30대 여성 A가 자신을 피하자 2017년 4월부터 A씨 집 출입문에 살해 협박 글귀를 붙여놨다고 한다. "이사 가도 소용없다. 세상 끝까지라도 찾아내겠다"는 협박 편지도 보냈다. 강씨는 2015년 11월부터 A씨에게 16차례에 걸쳐 살해 협박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13년에도 A씨를 협박해 소년 보호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이사를 가도 강씨의 스토킹은 계속됐다. 강씨가 스토킹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그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한 병원에서 근무했기 때문이었다. 강씨는 병원 원무과에서 무단으로 A씨의 이름을 검색해 개인정보를 빼돌렸다. 강씨의 협박은 A씨의 가족에게까지 미쳤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이 장기간 이뤄졌고, 협박의 내용이 매우 잔혹해 피해자는 극심한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어 정신병적 상태가 범행에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동안 치료의 효과가 미미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구청 근무하며 개인정보 빼내 

강씨는 지난해 3월 출소했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수원시의 한 구청 사회복무요원으로 다시 근무하게 됐다. 보육교사의 경력증명서 발급 업무 보조를 담당했다고 한다. 경력증명서 발근 등은 보육 행정지원시스템에 접속해야 한다. 보육 행정지원시스템은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이름, 나이, 주소, 연락처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사회복무요원은 이 시스템에 접근할 ID가 없기 때문에 접근 권한이 없다. 그래서 담당 공무원의 ID를 빌려 업무를 본다고 한다.
경찰은 강씨가 담당 공무원의 ID를 빌리는 수법으로 개인 정보를 유출해 조주빈의 범행을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강씨의 범행은 개인정보 유출에서 끝나지 않았다. 또다시 A씨를 노렸다. 강씨는 A씨의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을 알아내 "살해해 달라"며 조주빈에게 400만원을 건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실제 범행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강씨는 지난해 12월 21일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협박)과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수원시 "사회복무요원 범죄 경력 등 확인하게 해달라" 

강씨가 조주빈의 공범으로 확인되면서 수원시는 발칵 뒤집혔다. 특히 강씨와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수원시 관계자는 "강씨가 스토커 등 개인정보로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개인정보를 다루는 부서에 배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병무청에 사회복무요원 배치 전 범죄 경력 조회 등이 필요하다고 정식 제도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실제로 강씨가 조주빈의 공범으로 확인된 지난 25일 병무청에 사회복무요원 배치 시 공공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의 범죄 경력, 정신 질환 유무 등을 확인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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