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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탓에 외국인선수 제도 고민 빠진 프로배구

중앙일보

입력

올시즌 남자부 득점 1위에 오른 대한항공 비예나. [한국배구연맹]

올시즌 남자부 득점 1위에 오른 대한항공 비예나. [한국배구연맹]

프로배구가 외국인선수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트라이아웃 정상 개최가 힘들어서다.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어 2019~2020시즌 종료를 결정했다. 잔여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지 않고, 정규시즌 5라운드까지 성적을 기준으로 순위를 가렸다. 남자부에선 우리카드, 여자부에선 현대건설이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이 열리지 않음에 따라 두 팀에겐 '우승'이란 타이틀은 돌아가지 않았다.

문제는 다음 시즌 외국인선수 선발이다. KOVO는 당초 5월 3~13일 체코 프라하에서 트라이아웃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럽 전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트라이아웃 개최가 불가능해졌다. 체코 정부가 외국인들의 입국 제한 및 자가격리(2주)를 실시하고 있다. 트라이아웃이 열릴 체육관 대관도 어려워졌다. 이헌우 KOVO 경기운영팀장은 "예정된 체코 트라이아웃 실시는 불가능해졌다. 트라이아웃을 연기한다 해도 코로나 확산이 심각하다. 백 여명의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 개최 여부는 쉽지 않다"고 했다.

대안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트라이아웃 신청 이후 영상으로 구단들이 선수를 확인하는 것이다. 안전 면에선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트라이아웃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전력 평준화'라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선수의 기량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A구단 감독은 "며칠 동안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수를 봐도, 100% 파악이 어렵다. 영상만으로는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2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KGC인삼공사 디우프. 인천=김민규 기자

2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KGC인삼공사 디우프. 인천=김민규 기자

두 번째는 자유계약선수제도 부활이다. V리그는 출범 이후 자유롭게 외국인선수를 데려왔다. 그러나 비용 상승, 형평성 문제로 여자부는 2015~2016시즌부터, 남자부는 2016~2017시즌부터 트라이아웃을 실시했다. 몇몇 구단은 한시적으로 자유계약제도를 도입하되, 트라이아웃과 똑같은 연봉 제한을 두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경우 기존 선수 재계약을 원하는 구단들의 불만도 해소된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은 외국인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이다. 특히 남자부에서 이런 목소리가 많은 편이다. 최근 대표팀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외국인 선수 때문에 설 곳이 없는 라이트 포지션 선수들에게 1년 만이라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이점이 있다. 경기 수준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한 원래 취지에는 어긋나지만 '1년'이라면 해볼만하지 않느냐는 의견이다.

KOVO는 구단과 감독들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빨리 제도를 결정지을 생각이다. 이헌우 팀장은 "구단마다 입장이 다르고, 리그 중단 여부가 더 중요해 구체적인 의견을 청취하진 않은 상태다. 4월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신속하게 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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