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 10명 중 6명은 코로나로 우울…여성·노년층에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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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요즘 별것 아닌 일에도 신경질이 난다. 예전엔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던 이웃집 반려견의 짖는 소리에도 찾아가서 항의하고 식사 메뉴, TV 볼륨 소리 등 하찮은 일로 남편과 크게 다투는 일도 있다고 한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회사 방침에 따라 남편과 같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별것 아닌 것에도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며 "모든 일에 짜증이 나고 괜히 우울하다"고 말했다.

[자료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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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민 10명 중 6명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6일 경기도가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상생활 속에서 불안, 초조, 답답함, 무기력, 분노 등의 우울감을 느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71%)과 70대 이상 노년층(74%)에서 이런 경험을 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 요인으로는 ▶외출 자제로 인한 갑갑함(22%)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20%) ▶소득·지출 감소에 따른 스트레스(19%) 등이 많았다.
우울감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는 응답은 71%였다. 해소 방법으로는 ▶산책이나 운동(34%) ▶TV, 영화, 게임 등 문화생활(30%) 등을 꼽았다.

[자료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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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22일부터 2주간 시행되는 '고강도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 시행으로 주변 사람들과 만남이 줄어들면서 '정서적 소통 부족'을 호소하는 도민도 55%나 됐다. 여기서도 여성(62%)과 70대 이상(78%)의 비율이 높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이어지면서 전화나 문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온라인 소통 빈도가 '이전보다 늘었다'는 응답도 40%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달 9일부터 도민의 심리치료 지원을 위한 '재난 심리지원단'을 가동하고 있다. 정신건강 전문요원 포함 700명으로 구성된 재난 심리지원단(1577-0199)은 24시간 심리상담을 제공한다. 고위험군은 지속적 사례관리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를 지원한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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