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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계가 원하는 도쿄올림픽은 '1년 뒤 관중 앞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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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IOC 화상회의에 참석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19일 IOC 화상회의에 참석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1년 연기해 관중들 앞에서 올림픽을 열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20 도쿄올림픽 연기 가능성이 높아졌다. 딕 파운드 IOC위원은 "연기 결정이 이뤄졌다. 남은 변수가 있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도쿄 올림픽) 경기는 7월 24일에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스포츠계가 생각하는 올림픽의 모습은 어떨까. 중앙일보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종목  단체 33개 중 관계자 28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대회 개최 시기, 관중 입장 여부, 개최를 위한 선결과제 등 총 3가지를 물었다.

응답자의 75%인 21명은 '1년 뒤 개최'가 적당하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안전이다. 김응주 레슬링협회 사무처장은 "선수들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올해 9~11월로 연기된다 해도 코로나 확산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 내년 7월이 아니라 상반기에 하더라도 코로나에 대한 위협이 사라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도 연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은 진천선수촌이 있어 국가대표 선수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는 다르다. 선수들이 훈련할 곳을 찾기 힘들어 대회를 포기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OC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려진 올림픽 본선 진출자는 전체의 57%다. 올림픽 예선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1년 이상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소정호 대한체조협회 사무처장은 "유럽과 미국은 이제 확산하는 추세라 6월까지는 사태가 이어질 것이다. 선수들 훈련이 어려워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내 개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단체 관계자는 "내년으로 예정된 국제 대회를 취소해야 하고, 종목 단체 예산 및 계획을 새로 짜야 한다. 일본과 IOC 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 문제만 해결된다면 연말 개최를 통해 재정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중 입장에 대해서는 대체로 '관중 없는 올림픽은 무의미하다'고 답변했다. '무관중 경기를 해야 한다'고 답변한 단체는 두 곳뿐이었다. 응답자의 약 64%(18명)가 '반드시 관중을 앞에서 경기해야 한다'고 했다.

전용태 대한카라테연맹 사무처장은 "'스포츠를 통한 상호 이해와 협력'이라는 올림픽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누가 누가 잘하나'라는 식의 상업적이고, 경쟁적 요소만 부각될 소지가 크다"며 무관중 경기를 반대했다. 기타 의견(7명) 중 대다수도 '시간이 흐른 뒤 안전이 보장 될 경우 관중 입장', '실내·외 등 종목별 선택' 등을 이야기했다.

올림픽 정상 개최를 위한 조건으로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조언을 구하자는 의견(11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의 코로나 관련 투명성 확보(8명), IOC 총회로 결정(6회) 등이 뒤를 이었다. 전한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은 사견임을 전제하며 "질병과 관련한 이슈이기 때문에 권위가 있는 곳에서 결정을 내려줘야 하지 않을까.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가 위험성이 현저히 낮춰진 상황인지까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우리나라는 결정된 건 없다. 만약 IOC와 일본이 연기 등을 결정한다면,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와 협의해서 우리 선수들이 훈련일정, 경기력 유지, 대회 출전 등과 관련해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체육회는 "연기 결정이 나기 전부터 정상 개최, 연기, 취소 등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올림픽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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