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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1번인데 뭐"···전국 교회 상당수 현장 예배 강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현장 예배가 열린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 앞 '2m 거리 두기' 팻말이 설치되어 있다. 백희연 기자

22일 현장 예배가 열린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 앞 '2m 거리 두기' 팻말이 설치되어 있다. 백희연 기자

“일주일에 한 번인데 뭐.”
22일 낮 12시 30분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 일부 신도들이 교회 안으로 들어가며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한 청년은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마음속에서 교회에 꼭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종교시설‧실내체육시설‧유흥시설 운영을 15일간 중단해 달라고 발표한 다음 날인 22일 전국의 적지 않은 교회가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대구 교회의 대부분이 현장 예배를 중단했을 뿐이다.

서울시에서는 영등포구 신길교회, 송파구 임마뉴엘교회, 강남구 광림교회 등 8개 대형교회의 예배가 진행됐다. 연세중앙교회에는 정규예배 시간 종료 후 열리는 청년부 예배를 위해 300여명의 청년 신도들이 교회에 몰렸다. 교회 신도의 바코드를 확인했고, 예배당 앞 빨간 천막에서 방역복을 입은 교회 관계자들이 체온을 쟀다. 곳곳에 ‘방역 작업 중’이라는 트럭이 눈에 띄었다. 안내원들은 “2m 거리 유지하세요” “마스크 쓰세요”라고 외쳤다.

이날 오전에는 인근 주민들이 항의 집회를 벌였다. ‘수궁동 주민 방역대책위원회’와 ‘오류1동 주민방역단’ 주민들은 “이웃의 안전을 위해 집합 예배 중단하라” “방역만으로 막을 수 없다. 영상예배로 전환하라” 등의 팻말을 들었다. 흰색 우비를 입고 마스크를 쓴 이들은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교회와 주민 간 충돌이 나지 않도록 예의주시했다.

22일 오전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에서 앞에서 시민들이 현장 예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2일 오전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에서 앞에서 시민들이 현장 예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는 사전 조사에서 현장 예배를 강행하겠다고 응답한 중소형 교회 2000여곳에 나가 현장 점검했다.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비치, 식사제공 금지, 신도 간 2m 간격 유지하기 등의 7개 가이드라인 위반 여부를 확인했다. 실제 몇 곳이 예배를 진행했는지, 지침을 위반한 데가 어딘지를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예배를 강행한 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현장 예배를 진행한 교회가 많았다. 대전에서는 22일 교회 2178곳 가운데 733곳(33.7%)이 예배를 강행했다. 대전시는 이날 부서별로 지정된 공무원이 전담 교회를 찾아 점검을 벌였다. 김재혁 정무부시장과 한선희 문화체육관광국장도 오전 10시 대전시 서구 만년동 새로남교회를 찾아가 협조를 당부했다. 새로남교회는 평소 6000여 명의 신도가 예배에 참석했지만 이날은 1000여명이 교회를 찾았다.

충남 지역 교회 3148곳 중 1237곳(39.3%)이 예배를 진행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역사회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예배 중단과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등 종교계의 지속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앞서 지난 20일 도내 개신교 교회 1967곳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 718곳(37%)이 '일요예배를 축소 진행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22일 오전 현장 예배를 강행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현장점검을 나온 서울시청 직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현장 예배를 강행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현장점검을 나온 서울시청 직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부산시 조사 결과 부산 지역 교회 1612곳 중 538곳(33.2%)이 예배를 진행한다고 답했다. 불교와 천주교 등은 이날 종교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22일 부산시가 경찰과 합동으로 신자 1000명 이상 교회 75곳 중 11곳을 표본으로 점검한 결과 교회 2곳만 예배를 중단하고, 9곳은 축소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스크 착용, 예배 참여자 명단 작성, 거리 두기 등 예방 수칙을 지켰다고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 20일 조사 결과보다 적은 교회가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군에서는 교회 85곳 중 26곳이 예배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교회는 대부분 신자 수가 100명 이하인 작은 교회로 알려졌다. 전라북도가 성인 신도 300명 이상 도내 주요 교회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곳이 기존대로 현장 예배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일 익산시 조사에서 교회 657곳의 약 80%인 525곳이 예배 의사를 밝혔다.

광주광역시 교회 1451곳 중 271곳이 현장 예배를 진행했다. 생명수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경기 부천에서도 교회 절반 정도가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앞서 부천시가 지난 19일 교회 1113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553곳이 '22일 현장 예배를 드리겠다'고 답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기독교총연합회 소속 1482개 교회 가운데 5∼6곳만 예배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대구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대구에 있는 5대 종단에서 (종교 행사 자제를) 함께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부가 종교시설 운영 중단을 강력하게 권고했으나 전면 금지 조치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 한해 행정명령을 발동해 집회 금지 조처를 할 예정이다.

서울=이가영·백희연 기자, 부산·대전·전북·충북·대구=황선윤·신진호·김준희·박진호·김정석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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