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0%대 머물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충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피치·JP모건, 0.8%로 전망 하향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19일(현지시간)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0.8%로 낮춘다고 밝혔다. 한꺼번에 무려 1.4%포인트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피치는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가 상반기에 침체 국면에 진입한 뒤 하반기에 다소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1분기(-0.6%)와 2분기(-0.9%)에는 각각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9%, 0.8%로 전망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는 대외 무역 비중이 크고 국제적, 지역적 가치 사슬에 속해 있어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중국으로부터의 제조업 중간재 투입 규모는 한국 GDP의 6%에 달해 우리가 경제 전망을 하는 국가 중 위험 노출도가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식당과 영화관 등 공공장소를 기피하는 데 따른 소비 감소도 성장률 저하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꼽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도 20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 조정했다. 역시 당초 전망치(2.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큰 폭의 수정이다. 노무라증권은 이미 지난 6일 한국 성장률이 0.2∼1.4%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성장률이 0%대 성장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금융위기 영향이 컸던 2009년(0.8%), 외환위기였던 1998년(-5.5%),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7%)뿐이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