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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상 “한·중·일 장관, '입국제한 적절했다'에 의견 일치” 주장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외무성이 한국인과 중국인의 입국을 제한한 이른바 '미즈기와(水際·확산 방지를 위한 차단) 대책'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고 20일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한·중·일 외교장관 영상회의 후 외무성 발표 #외교부, "동의한 적 없고 과장한 것" 반박 #3국, '완전한 형태' 도쿄 올림픽 개최엔 공감 #

한·중·일 외교장관은 이날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3개국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약 70분 동안 영상회의를 진행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光) 외상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각국이 취하고 있는 입국 제한 조치와 관련, “현재 국제적으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일정 기간 각국이 차단 대책을 실시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데에 (3개국 장관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모테기 외상은 이어 "일본, 중국, 한국이 각각 신중하고 적절하게 '미즈기와 대책'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영상회의로 개최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

20일 오전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영상회의로 개최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

모테기 외상은 “입국제한 조치가 2주에서 1개월 정도 연장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도 "한·중·일 3개국이 각각 취하고 있는 대책에 대해 신중하고 적절한 대책이라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다시 한번 말했다. "각자 국내에 감염이 만연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모테기 외상의 설명대로라면 강 장관이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취한 입국제한 조치를 “적절했다”고 평가했을 뿐 아니라 조치를 연장하는 데 대해서도 이해를 표명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에게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 강력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에게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 강력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한국의 설명은 완전히 달랐다. 외교부는 회담 후 "강 장관은 코로나 사태에도 필수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후퇴 우려가 심각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의 제한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 당국자는 "모테기 외상이 혼자 얘기한 적은 있는데 그것에 대해 동의한다는 얘기는 없었다"며 "과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역은 각국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만 기업들에 대해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과 인도적 차원에서는 (입국 제한 조치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를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강 장관은 2주 전 일본 정부가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례적으로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입국 제한 조치 철회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강 장관은 당시 일본의 조치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며 그 배경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도 “불투명하고 소극적인 방역 조치이며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후 한·일은 입국제한 조치에 대해 사전 협의를 했느냐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일본 측은 “일본의 생각과 조치 내용을 외교루트를 통해 사전에 통보했다”고 주장했고, 청와대와 외교부는 “일본이 사전에 단 한 마디 사전 협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도쿄올림픽 개최와 관련, 모테기 외상은 “인류가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워 이겼다는 징표로 '완전한 형태의' 도쿄 올림픽을 실시하겠다고 했고, 한국과 중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 부장이 “도쿄올림픽이 좋은 형태로 개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고, 모테기 외상이 지난주 G7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했던 ‘완전한 형태의 도쿄올림픽’ 개최 발언을 하자, 왕이 부장과 강경화 장관이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도 "한·중·일 외교장관이 도쿄 올림픽의 완전한 형태의 개최에 대해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고 소개했다.

회의에서 3개국 외교장관은 코로나19 확대와 관련한 각국의 대책과 관심사항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3개국 장관은 이른 시일 내에 보건장관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서울=이유정 기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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