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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미국은 3년 한국은 11년전 수준···"바닥 가늠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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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900선이 깨진 게 불과 일주일 전인데 어느덧 1400대다. 속절없이 추락하는 코스피지수 얘기다. 금융위기 한복판이던 2009년 수준으로 한국 증시가 뒷걸음질 쳤다. 가파른 하락세도 문제지만 얼마나 버티면 나아질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코스피가 전일보다 8.39% 급락해 1457.64로 마감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코스피가 전일보다 8.39% 급락해 1457.64로 마감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미국은 3년, 한국은 11년 전으로

18일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만선이 깨졌다(1만9898.92로 마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1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CNN 등 외신은 “끝날 것 같지 않았던 ‘트럼프 랠리(상승세)’가 물거품이 됐다”고 평가했다. 대대적인 감세와 규제완화 등에 힘입어 2만9551까지 치솟았던 다우지수가 한달 남짓한 기간에 32.7%나 급락했다.

다우지수와 비교하면 코스피는 억울하다. 별로 오른 적도 없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되레 더 떨어졌다. 1년 넘게 이어진 1900~2250 박스권을 간신히 탈출하는가 싶었는데 곧바로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최근 한달(2월 17일과 3월 19일 비교) 코스피는 35%나 빠졌다. 2009년 이후 처음 1500선마저 무너졌다.

최근 코스피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최근 코스피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게 한국 증시의 현실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닌데다, 대외의존도가 큰 경제구조라서 미국·유럽 경제 상황에 따라 증시가 좌지우지 된다”며 “지난해까지 미·중 무역갈등 등 악재 때문에 코스피가 오르지 못했지만, 팬데믹 공포의 피해는 다른 나라와 똑같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제조업 공장 가동이 멈추고 글로벌 수요가 위축될 거란 우려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각국의 봉쇄조치가 언제 풀릴지 예측 불가다. 글로벌 무역 의존도가 큰 수출 중심 한국 증시엔 직격탄이다.

언제나 탈출할지 가늠 어려워

금융위기 때 코스피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금융위기 때 코스피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지금의 코스피 추락 속도는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후와 비견된다. 당시 코스피는 한달 만에 1500대에서 900대로 37.5% 고꾸라졌다.

그래도 금융위기 땐 각국 정부가 공조해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코스피가 리먼 파산 6개월 뒤인 3월부터 본격 반등해 10개월 만에 코스피가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금이 그때와 다른 것은 백약이 무효라는 점이다. 이미 미국은 제로금리로 회귀하고 긴급예산 지원까지 발표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18일(현지시간) 7500억 유로의 양적완화를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19일 증시안정기금 조성을 결정했다. 그런데도 도통 약발이 들어먹질 않는다. 각국의 공격적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리는 데다, 치료약과 백신이 없는 코로나19의 통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나 끝이 보일지 가늠조차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외환위기나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등 과거 사례와 비교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국면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는 “과거 어떤 경험도 2020년 3월을 설명할 데이터는 없다”며 “주식시장은 ‘패닉’과 ‘항복’을 넘어 ‘혼돈’ 단계에 들어섰고, 이 기간이 얼마나 갈지도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실물은 아직이지만 금융시장은 이미 경기침체 수준 가격으로 들어왔다”며 “경기침체 우려의 핵심요인인 코로나19를 통제하는 것이 시장 반전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전망 중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는 중국·한국처럼 미국도 4주 이내에 신규 확진자 수 변곡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더 귀 기울이는 모습이다. 홍서희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실물경제 부진→기업도산→금융불안→경기침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시장 불안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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