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못간 트럼프 재난소득 약발…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

중앙일보

입력

18일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전날 미국과 유럽 주가지수를 끌어올렸던 ‘트럼프판 재난소득’의 효과는 채 하루를 가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하루 전보다 81.94포인트(4.86%) 하락한 1591.20으로 마감했다. 5% 가까이 지수가 떨어지면서 1600선이 무너졌다. 2010년 5월 이후 10년 만의 1600선 붕괴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도 284.98포인트(1.68%) 떨어지면서 1만6726.55에 거래를 마쳤다. 3년여 만에 1만7000선이 깨졌다. 홍콩 항셍지수는 4.18% 내렸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1.83% 하락했다.

18일 일본 도쿄 시내 증시 전광판. 이날 일본 닛케이 225지수를 비롯해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연합뉴스

18일 일본 도쿄 시내 증시 전광판. 이날 일본 닛케이 225지수를 비롯해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연합뉴스

미국 야간 선물 시장에서의 주가 급락이 아시아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18일 새벽 1시쯤(현지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나스닥 100 등 주요 선물 주가지수가 가격 제한폭(5%)까지 떨어지면서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17일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성인 1명당 1000달러(약 120만원)씩을 앞으로 2주 내 지급하는 1조2000억 달러 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미국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국민을 대상으로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파격적 안을 내놨다. 발표 직후 다우ㆍS&Pㆍ나스닥 등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6% 안팎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하루가 가기도 전 시장 반응은 싸늘하게 식었다. ‘트럼프판 재난 소득’의 실효성 논란이 일었고 재정 적자 가중 문제도 불거졌다. 한국 돈 120만원 상당의 일회성 현금 지급이 경기 침체 방향을 돌려놓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왔다. 뒤늦게 정규 시장이 아닌 야간 선물시장에서 미국 주식 매도 행렬이 이어졌고 바다 건너 아시아 시장까지 영향을 미쳤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선물거래소(NYSE). 이날 야간 선물시장에서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가격 제한폭(5%)까지 하락했다.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선물거래소(NYSE). 이날 야간 선물시장에서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가격 제한폭(5%)까지 하락했다. 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로 불거진 경기 불황 가능성과 관련해 “시장 참여자들은 과연 정부가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커다란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내놓은 ‘코로나19 각국 정책 대응과 평가’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전염 속도와 사망률이 당초 예상을 능가하면서 전 세계가 전염병 공포증에 빠졌고 금융시장도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 전까지는 ‘실물 경제 부진→금융시장 악화→경기 침체’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긴급 처방으로 공포심리가 다소 줄어들 수 있으나 통화ㆍ재정 정책이 근본적인 처방으로 작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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