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자 1000명 육박 이란 … "최악의 경우 수백만 사망" 경고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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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7일(현지시간) 98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9일 첫 사망자가 2명 발생한 이후 27일 만에 사망자가 1000명에 육박한 것이다. 하루 사망자 수는 사흘 연속 100명 이상을 기록했다.

이란 하루 사망자 사흘 연속 100명 이상 #의사, 수만에서 수백만 사망 시나리오 제시 #민족 대이동 '누루즈' 기간 접촉?이동 비상

더욱이 이란의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수만명에서 수백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 시나리오가 이란 내부에서 나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란 테헤란에서 지난 17일 은행 직원이 보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에 응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테헤란에서 지난 17일 은행 직원이 보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에 응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보건부는 이날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전날보다 135명 증가해 98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하루 신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 치사율은 6.1% 수준으로, 전날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확진자 역시 전날보다 1178명 늘어 1만6169명을 기록했다.

중동 알자지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의사이자 기자인 아프루즈 에스알라미 박사는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신종 코로나 사망자에 대한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경고했다. 이 시나리오는 이란 테헤란 샤리프 공과대학이 연구를 통해 얻은 것이다.

에스알라미 박사가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란인들이 지금부터 정부의 외출 자제 방침 등에 협력하기 시작하면 12만명의 감염자와 1만2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만약 국민들이 어중간하게 협력한다면 30만명이 감염되고, 11만명이 사망한다. 정부의 방침에 협력하지 않는다면 의료 시스템이 무너져 400만명의 감염자와 35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란 국민이 정부의 방침에 잘 협력한다고 해도 사망자가 1만명 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란 테헤란의 한 병원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감염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테헤란의 한 병원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감염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정부는 전 국민에게 외출과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더욱이 20일부터 시작되는 ‘누루즈(Nowruz‧이란력 새해 명절)’ 기간에도 집에 머물라고 당부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6일 신종 코로나 대책회의에서 “국민들은 참을성을 갖고 누루즈 기간 동안 집에 있어 달라”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누루즈 명절은 20일부터 2주일간이다. 연휴가 긴 누루즈에 이란 국민은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이슬람 성지를 방문했고, 귀향을 하는 등 ‘대이동’을 해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을 우려한 이란은 누루즈 기간 국민들의 접촉과 이동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란 당국이 평소 많은 순례객이 모이는 종교도시 곰, 마슈하드의 시아파 이슬람 성지를 폐쇄한 것도 이동과 접촉을 막기 위해서다.

또 이란 당국은 형무소 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누루즈 기간에 맞춰 수감자 8만5000명을 일시 석방한다. 매년 신년 명절에 모범수 일시 석방을 해왔지만, 올해는 평년의 두배 정도 인원을 내보낸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이번 주부터 자국 내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의 금요 대예배와 집단예배를 무기한 중단한다. 다만 이슬람 3대 성지 중 2곳인 메카와 메디나의 모스크는 예외로 예배를 허용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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