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택시기사인데요. 이것 좀…."
전주시장 비서실 찾아 168만원 기부 #중간 퇴직금 전액과 손편지 전달 #"코로나19 극복 위해 써달라" 당부
지난 16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 전주시청 3층 시장 비서실. 한 남성이 손에 뭔가를 든 채 쭈뼛거리며 나타났다. 비서실 직원이 '어떻게 오셨냐'고 묻자 그는 띠지에 싸인 돈뭉치와 손편지를 내밀었다. 꼬깃꼬깃한 5만원권과 1만원권, 1000원권이 섞인 돈은 168만3000원이었다.
파란색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제가 근무하는 한일교통 택시회사에서 중간 퇴직금을 받아 퇴직금 전액(1,683,000원)을 성금으로 기부합니다. 전주시에서 어렵고 소외된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저도 어렵고 힘들지만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택시기사는 조심스레 기부를 결심하게 된 전후 사정을 털어놨다. 그는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다들 어려운 요즘 택시 타는 승객마다 하는 원망과 한숨 소리가 제 마음을 아프게 한다"며 "사실 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하루 14시간 일하고 있다. 손님이 있으면 아무리 화장실이 급해도 태우게 되고 밥도 굶고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직금을 받아서 '가구를 살까' '침대를 살까' '아이들을 위해 쓸까' 생각이 많았다"며 "그러다가 코로나19 위기 극복 정책에 대한 전주시장님 인터뷰를 보고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이 돈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직업 외에 이름 등 신원이 밝혀지는 걸 끝까지 거부했다.
비서실 직원들은 택시기사에게 "기부금을 어려운 분들에게 꼭 도움이 되도록 사용하겠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김승수 시장도 "택시업계도 어려운 시기에 큰 힘이 돼 주셨다. 전주시민인 게 자랑스럽다"며 그에게 직접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전주시는 택시기사의 기부금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 계층을 위한 물품 지원과 의료 및 방역 활동에 쓸 예정이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