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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자금 기다리다 4%대 카드 대출”…벼랑 끝 소상공인·중기

중앙일보

입력

박영선(오른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민생경제 조기 회복을 위한 코로나19 중소기업 대책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중기중앙회]

박영선(오른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민생경제 조기 회복을 위한 코로나19 중소기업 대책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중기중앙회]

# 강원도 속초의 A업체 대표는 최근 고민 끝에 4%대의 금리로 카드 대출을 받았다. A 대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아 인건비와 임대료는 물론 각종 세금을 막는 것조차 버겁게 되자 정부의 ‘코로나19 피해기업 특례보증’을 신청했다. 하지만 보증 심사에만 한달 이상이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다. A 대표는 “신청자가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당장 직원들도 내보내고 혼자 가게를 봐야하는데, 상담 대기 시간만 5시간이 걸린다”며 “모든 절차를 거쳐도 2~3달 후에야 실제 돈을 받을 수 있다는데 폐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지역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긴급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선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심사 조건, 집행 기간 지체 등으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연 ‘민생경제 조기 회복을 위한 코로나19 중소기업 대책 간담회’에서도 이런 하소연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는 업종별 협동조합 이사장들도 다수 참석했다.

긴급자금 여전히 ‘그림의 떡’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정부가 코로나19 종합지원 대책방안과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을 마련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지원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실태조사 결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중소기업은 지난달 초 34.4%에서 지난달 말 70.3%까지 늘었다.

정부는 지난달 13일부터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해 신청 건수는 10만 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집행된 건수는 극히 소수다. 당장 신청 절차만 해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확인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서, 시중은행의 신용·부동산 담보평가 등 최소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마저도 업무에 부하가 걸려 전화 통화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다.

박영선 “보름 지나면 물꼬 트일 것”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만나 '민생경제 조기 회복을 위한 코로나19 중소기업 대책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중기중앙회]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만나 '민생경제 조기 회복을 위한 코로나19 중소기업 대책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중기중앙회]

이에 정부는 기업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 8개 은행이 보증 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창구를 확대하고 보증 업무를 보던 지역신보도 12곳에서 16곳으로 늘렸다. 박영선 장관은 “중진공·소진공뿐 아니라 시중은행 창구에서도 대출 신청이 가능하도록 위탁보증제도를 도입했다. 이렇게 되면 대출 창구가 100개로 늘어나 일정 부분 (적체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 긴급자금의 경우 하루 처리 건수가 2500건에서 7000까지 늘어날 거다. 현재 접수된 것이 10만 건인데 보름 정도가 지나면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중기 “이달 말엔 주문 없어질 것”

간담회에서는 ▶대구경북 중소기업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 ▶자금지원 소요기간 단축과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 강화 ▶피해기업 대출한도 확대를 위한 특례보증지원 ▶수출입 중소기업 지원 강화 ▶국제 분쟁 시 대응비용 지원▶마스크 수출 피해기업 지원 등 총 9개의 애로사항 건의가 이어졌다.

일례로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한국 수출 상위 10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금지, 입국 제한 조처를 했다.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하루하루 상황이 변하고 있어 이달 말이 되면 수출 주문이 아예 없어질 것”이라며 ▶원자재·부품수급 애로에 따른 중소기업 대출이자 지원 ▶비즈니스 출장에 한한 입국 제한 완화 등을 요구했다.

수출 취소, 산업용 부족…마스크 애로 높아

여전히 국내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마스크 관련 애로 사항도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 9일부터 하루 생산량의 80%를 공적판매처에 출고하고 마스크 수출은 금지시켰다. 이와 관련 전경배 올키코리아 대표는 “마스크 수출 제한에 공감하지만, 이전부터 해외 거래처와 수출 계약을 한 업체들은 피해가 크다”며 “해외 거래에서 신용이 떨어져 거래처를 잃고 있는 만큼 최소한의 마스크 수출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박 장관은 “국내 사정으로 마스크 수출이 금지돼 피해를 본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 도와드리겠다”고 답했다.

박병섭 한국면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식품 가공업에 마스크는 필수인데 정부가 마스크 유통까지 관리하다 보니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산업 현장에 마스크를 지원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이제 기초 체력이 바닥을 보이는 기업도 있고 소상공인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며 “코로나19 피해기업들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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