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韓협상팀도 ‘코로나 음성 확인서’ 들고 LA 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0월 협상을 위해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로 출국하는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 [뉴스1]

지난해 10월 협상을 위해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로 출국하는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 [뉴스1]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을 위해 정은보 대표가 이끄는 한국 협상팀이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한다. 오는 17~18일(현지시간) LA에서 11차 SMA의 7번째 협상을 하기 위해서다.

17~18일 LA에서 11차 SMA 7번째 협상

이번 협상은 지난 1월 14~15일 미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이후 두 달 만에 열리는 것이다. 그만큼 팽팽한 협상 분위기를 반영한다.

문제는 두 달 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덮쳤다는 점이다. 원래대로라면 이번 협상은 서울에서 열리는 게 맞지만, 그새 한국에서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폭등하면서 미 국무부는 한국 전역을 여행 재고(여행 경보 3단계) 지역으로 지정했다.

미국 측 협상팀 입장에선 한국행 출장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국 협상팀이 미국으로 가되, 워싱턴보다는 한국에서 가까운 서부 LA가 협상 장소로 낙점됐다고 한다.

여기다 외교부ㆍ국방부 등 25명가량으로 구성된 한국 협상팀은 전원 ‘코로나바이러스 음성 확인서’를 들고 출국할 예정이다. ‘만약을 위해’ 지난 주말새 정부 지정 병원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음성 확인서는 각국의 입국 제한 러시가 일어나면서 한국 정부가 기업인이나 꼭 필요한 출장을 가야 하는 공무원 등을 위해 고안해낸 고육지책이다.

이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까지 퍼지면서 각국은 정상회의 등 고위급은 화상 회의로 대체하는 추세다. 실무급 회의도 취소되거나 미뤄지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방위비 협상만큼은 만나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한미 양측에 있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협상 내용에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화상 회의를 진행하기에 적절치 않은 측면도 있고, 협상장에서 대표끼리 직접 속내를 털어놓고 얘기를 나누는 것이 협상 진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워싱턴DC에서 열린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4번째 협상 모습. [외교부 제공]

지난해 12월 워싱턴DC에서 열린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4번째 협상 모습. [외교부 제공]

양측 협상팀이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힘겹게 7차 일정을 잡았지만,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총선(4월 15일)이 임박한 만큼 국회 비준 동의를 위해서라도 “양측 협상팀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얘기가 외교부 내에서도 나온다. 타결이 4월로 넘어가면 새로운 국회 원 구성에 시간이 걸려 7~8월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우선 ‘급한 불’인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를 우선 타결하자는 교환각서를 미측에 제안한 상태다.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들은 4월 1일 자로 무급휴직에 들어가게 된다.

이와 관련 정은보 협상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두 번 할 준비도 돼 있다”라고도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국회 일정상 두 차례 비준은 어려울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인건비 문제도 큰 틀에서 SMA에 포함되는 만큼 어디까지나 총액 타결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LA 협상에서 최종 결론이 나는 게 최선인 셈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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