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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출금 정지하는 거래소…가격은 왜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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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팀]

암호화폐(가상자산) 스팀의 출금 정지 사례가 늘고 있다. 거래소 물량을 이용한 스팀 증인 투표로 논란이 불거진 바이낸스를 시작으로 업비트도 3월 10일 오전(한국시간) 일시적으로 출금을 중단한 것이다. 다만 업비트의 경우 일시적 점검에 의한 조치로 오후 12시 현재 출금 서비스를 재개했다. 한편 글로벌 악재와 커뮤니티 분쟁에도 불구하고 스팀 가격은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증인 확보 전쟁’에 따른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가 증인 투표한 이유?

지난 2월 스팀잇(Steemit)이 트론(TRON) 창립자 저스틴 선(Justin Sun)에게 인수되자 기존 증인들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스팀잇 CEO(최고경영자) 네드 스캇(Ned Scott)의 경우 기존 스팀잇 물량을 생태계 발전에만 쓰겠다고 ‘약속’했으나, 새로운 인수자 저스틴 선에게는 그런 약속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에 20명의 증인 중 18명의 찬성으로 스팀잇 계정의 스팀 물량을 동결하는 소프트포크가 성사됐다.

그러나 선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조치는 자신이 정당하게 매입한 물량이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묶이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선은 자신의 물량을 되찾기 위한 조치로 기존 증인들을 모두 엎어버리는 강수를 뒀다. 이때 바이낸스(Binanace)·폴로닉스(Poloniex)·후오비(Huobi) 거래소 계정의 스팀 물량이 선 측의 증인을 투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음이 밝혀졌다. 특히 글로벌 거래소 최상위권을 다투는 바이낸스의 스팀 물량을 활용한 증인 투표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고객의 자산을 동의없이 투표에 동원했다는 비난이 이어지자 바이낸스 CEO 창펑자오(ChangpengZhao)는 “(저스틴 선과의)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투표는 철회할 것이며 우리는 중립을 지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3월 8일(한국시간)에는 “스팀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에 발생한 실수였다. 스팀의 파워다운을 진행하고 몇 시간 뒤 출금 서비스를 재개할 것이다. 바이낸스는 커뮤니티의 말에 귀 기울일 것이다”라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바이낸스 출금 정지가 풀리지 않는 이유?

3월 10일 오전(한국시간) 기준으로 바이낸스의 스팀 출금 정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커뮤니티에선 스팀잇 특유의 파워다운 시스템 때문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팀잇에선 커뮤니티 영향력 행사를 위해 보팅파워를 충전할 때 ‘파워업’이라는 절차를 거쳐야한다. 이 과정을 통해 거래소 매매만 가능하던 스팀이 비로소 커뮤니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스팀파워’로 바뀌게 된다. 스팀파워는 증인 투표·게시글 보팅(페이스북으로 따지면 금권력이 포함된 좋아요·싫어요)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파워업은 즉각적으로 가능하지만, 파워다운에는 13주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스팀파워로 묶인 스팀은 단순 교환이나 거래소 매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바이낸스의 출금 정지 장기화도 13주의 파워다운 기간과 연관이 클 가능성이 높다. 실제 바이낸스가 스팀 시스템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대규모의 파워업을 진행하자, 거래소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이낸스 유동 스팀 물량이 10만 개 이하로 떨어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출금 제한 조치는 정확히 해당 사건 직후에 일어났다. 선 역시 위기 의식을 가지고 지난 3월 6일(한국시간) 한국 스팀잇 커뮤니티와의 온라인 미팅 자리에서 “거래소 계정 파워 다운 기간 축소”를 가장 중요한 일로 언급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업비트는 갑자기 왜?  

3월 10일 오전(한국시간)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Upbit)도 스팀 출금 정지를 시작했다. 업비트는 이번 ‘스팀 증인 투표 전쟁’과는 관련이 없는 거래소다. 이에 대해 업비트 측은 “스팀 출금 기능 점검에 의한 일시적인 조치”라고 설명하며 별도의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안내했다. 이어 오후 12시경 스팀 출금 서비스를 재개했다. 출금 정지 당시 일각에선 유동성 부족에 의한 조치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곧바로 서비스 재개를 진행함에 따라 최근 사태와는 별개로 진행된 단순 점검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악재와 출금 정지 이슈...스팀 왜 오르고 있나

스팀 커뮤니티에선 증인 확보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추세다. 기존 증인과 저스틴 선 측의 의견이 대립하면서 각자의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한 증인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0명의 증인 중 17명 이상이 특정집단으로 구성될 경우 하드포크 등의 이슈가 그들의 뜻대로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에 기존 증인은 저스틴 선의 의도대로 시스템이 흘러가지 않게 하기 위해 증인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저스틴 선의 경우 자신과 거래소 스팀 물량을 온전하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목적 달성과 함께 스팀잇 시스템 개선을 명분으로 증인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 커뮤니티도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프록시토큰이라는 투표 위임 계정에 투표권을 한곳에 모아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출처: 해외 스팀 텔레그램 방

현재 증인 구도는 기존 증인 9명과 트론 측 증인 11명으로 형성돼 있다. 바이낸스와 후오비 거래소의 투표 물량이 철회되면서 기존 증인들이 일정 부분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한동안 두 세력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물량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기존 증인들은 물론 저스틴 선 측의 계정으로 추정되는 ‘hkdev404’에서도 지속적인 파워업이 관측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스팀파워 예치 이자율도 1.76%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스팀잇은 전체 커뮤니티에 스팀파워 예치율이 높아지면 이자율이 자동으로 떨어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최근 증인 투표 등을 위해 파워업을 진행하는 주체가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현재 스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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