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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생 “약국 3곳 허탕” 직장인 “마스크 사려 휴가 낼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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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해진 요일에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광주광역시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정해진 요일에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광주광역시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요일별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에도 마스크로 인한 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마스크 5부제 첫날 곳곳서 혼란 #약국마다 입고·판매시간 달라 #70대 “2개 구하려다 몸살 날 지경” #20대 “파는 시간이라도 통일을”

오히려 전국 곳곳에선 마스크를 사러 나왔다가 낭패를 본 시민들의 분통이 이어졌다. 그나마 매주 1인당 2개씩으로 구매가 제한된 마스크를 사려고 동네 약국 문 앞을 여러번 왔다 갔다 했지만 정작 약국 측에선 “마스크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언제 올지도 모른다”는 대답만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이날은 월요일이라 출생연도 끝자리가 1과 6이라야만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

오전 9시 문을 연 서울 성동구 응봉동의 A약국엔 30분 동안 30명이 넘는 시민이 찾아왔다. 1분에 1명꼴이다. 이들은 똑같이 “마스크가 왔느냐”고 물었고 약사는 앵무새처럼 “아직 안 들어왔다”는 말만 반복했다.

서초구 B약국이 오전 8시30분쯤 문을 열자마자 찾아간 박범주(69)씨는 “1951년생이라서 오늘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이고 그래서 일찍 나왔는데 아직 입고가 안 됐다고 한다”며 “오늘 못 사면 1주일은 마스크 없이 지내야 한다”고 걱정했다.

판매하자마자 금세 동나 발만 동동거리는 손님도 있었다. 성동구 C약국은 오전 7시부터 번호표를 나눠줬는데 30분 만에 준비한 번호표가 모두 소진됐다. 조모(59)씨는 “약국만 세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다 팔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방도 사정은 같았다. 오전 8시20분 강원도 춘천시 중앙로의 D약국. 10여 명의 노인이 약국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가 구매를 문의했으나 입고가 안 됐다는 답만 돌아왔다. 정우주(84·여)씨는 “오늘부터 판매한다고 했으면 약국 문이 열린 뒤 바로 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시 서구 관저동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몸도 아픈데 마스크 2개 사려고 오래 줄을 섰다”며 “코로나가 아니라 몸살이 나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시 중구 한 보험사에 다니는 이연희(34)씨는 “출근 전 약국을 찾아가니 마스크가 없다고 했다”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연차라도 써야 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마스크를 못 산 주민들은 “마스크 공급 한계상 물량 부족은 어쩔 수 없더라도 판매 시간은 일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직장인 최완수(29)씨는 “일을 해야 하는데 하염없이 약국에서 기다릴 수는 없다”며 “약국의 마스크 판매 시간이라도 일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 지역은 그나마 오전부터 마스크 구매가 가능했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6인 기자가 직접 마스크 구매를 했다. 대구시 중구 곽병원 인근에 있는 약국에서 “마스크가 있느냐”고 묻자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줄선 시민은 없었다. 약사에게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약사가 주민등록번호를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입력한 뒤 마스크 2개를 건네받았다. 한 개에 1500원이었다. 곽병원 인근 약국 7곳 중 마스크 재고가 없는 곳은 한 군데였다.

정진호·정희윤 기자
춘천·대전·창원·대구=박진호·김방현·위성욱·김정석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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