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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매출 -50%, 놀이공원 -70%” 전국서 코로나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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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6일 제주행 비행기를 마지막으로 28일까지 전 노선 운항이 중단됐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6일 제주행 비행기를 마지막으로 28일까지 전 노선 운항이 중단됐다. [연합뉴스]

경기도에 위치한 A반도체 장비 업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경영목표를 사실상 포기했다. 중국과의 교류가 끊기면서 신규 수주와 기존 물량 납품이 모두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반도체 장비 특성상 주문생산 방식이라 설계와 사양을 맞추고 가동까지 도우려면 1년에 300일을 중국에 상주해야 한다”며 “하지만 출장길이 막혀 매출이 올해 들어서만 15% 이상 감소했고 앞으로도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도 문제지만 돈이 돌지 않아 30~40개 국내 협력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상의, 기업 애로사항 한달간 접수 #매출감소·부품수급 어려움 가장 커 #제주·강원은 관광업 직격탄 호소 #상의 “특별연장근로 업종 확대를”

코로나19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지역 산업과 경제가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위기의 도미노’ 현상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가동한 ‘코로나19 대책반’에는 6일 현재 357건의 기업 애로사항이 접수됐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매출감소(38.1%)였다. 이밖에 부품·원자재 수급(29.7%), 수출 애로(14.6%), 방역용품 부족(5.3%), 노무 인력관리(4.8%) 등 전방위에 걸쳐 애로사항이 쏟아졌다.

지역별 특징도 드러났다. 서비스업이 몰려 있는 서울 지역은 항공·여행·교육 업계의 타격이 컸다. 국내 8개 항공사의 중국노선 여객 수가 77% 감소했고, 이 여파로 올 2~6월 국제선 매출 타격이 3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입국제한 조치로 수화물 운송까지 영향을 받아 기업 수출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기업 건의 유형

코로나19 사태 기업 건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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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제조업체의 36%가 밀집한 인천·경기 지역은 중국으로부터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생산과 수출 모두 타격을 받고 있다. 인천의 한 건설자재 업체의 경우 유럽과 미국 수출 물량이 꽤 되지만, 중국산 자재의 수입 차질로 유럽·미국 수출 물량까지 제때 대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가 밀집한 울산의 경우 원자재 수급 지연에 가동인력까지 줄며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다수다. 특히 방역 강화로 외근과 출장, 외부인 출입이 제한돼 조업 시 의무사항인 대기오염물질 측정을 제때 시행하기 어려워졌을 정도다.

제주·강원은 주력 산업인 관광 분야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내 호텔과 관광지, 골프장 매출이 50% 줄고 음식점 매출도 80% 급감했다. 강원도 소재 한 놀이공원은 3월 들어 예약의 70%가 취소되고 매출이 평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올해 인력 충원을 전면 중단했다.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은 말 그대로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는 “생산현장에 사용할 마스크 자체가 너무 부족하다. 근로자들의 불안이 크고 공장가동과 방역 활동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구상의는 “일반 국민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상황은 이해되지만, 공장 정상가동을 위해 산업계 몫의 마스크를 공급해 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업계가 재택·원격근무, 돌봄 휴가 확대 등을 도입한 만큼, 정부도 생산성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업종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조만간 코로나19 대응과 경제회복을 위한 종합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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