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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설산 시아첸 경계 놓고 인-파키스탄 6년째 혈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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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설산에서 무의미한 전쟁이 지금도 계속되고있다.
눈과 얼음만으로 뒤덮인 해발6천m가 넘는 시아첸 글라시에르라 불리는 고지에서 젊은이들은 추위와 산소부족 또는 포탄에 맞아 숱하게 숨져가고 있다.
이제까지 누구도 살지 않았고 앞으로도 살지 않을 히말라야에서의 경계선을 놓고 인도와 파키스탄이 이제는 서로 발빼기가 힘든 싸움을 하고있는 것이다.
지난 47년 파키스탄의 독립에서 비롯된 양국간의 국경분쟁은 지난 71년 체결된 평화협정에서도 시아첸에 대한 소유권 문제를 경계선 설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해결하지 못하고 말아 지난 84년이래 6년째 포성이 멎지 않고 있다.
중국과 인접한 길이 1백19km, 폭 3· 2km의 시아첸은 양국 모두에 전략적으로는 그리 중요한곳이 아니다.
그러나 두 나라는 그간 시아첸을 단순히 상대국이 그곳을 갖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무모하리 만큼 우직하게 소유권 쟁탈전을 벌여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 있다.
특히 두 민족간에 고질적인 대립을 보이고 있는 카시미르의 일부인 이 지역은 민족주의 문제와 얽혀있어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의 더 큰 전쟁으로 확대될 잠재성마저 안고 있다.
고도6천m가 넘는 시아첸에서 양국은 범사들이 태양광의 반사에 의해 눈이 멀기도 하고 포탄에 의한 눈사태에 갇히거나 산소부족으로 질식해 숨지는 등 많은 인명손실을 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아첸에는 산소부족으로 헐떡이는 범사들을 후송하는 헬리콥터가 끊임없이 오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도 날씨가 나빠지면 헬리콥터의 구조로프가 내리지 못해 법사들이 희망을 잃은 채 공포 속에서 숨져가고 있다.
인도의 한 장군은 『지난번 전투에서 4백50 내지 6백 명 정도에 이르던 양국 병력 중 평균 1백 명씩 잃었다』며 『그것은 주로 날씨와 산소부족 때문이었다』 고 밝히고 있다.
이 전쟁의 특징 중 하나는 포성이 울리는 가운데도 파키스탄 범사들이 설산 위에 매트를 깔고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리는 장면이다. 전장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양국 정부는 그들의 깃발이 시아첸에서 계속 휘날릴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물자와 장비를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인도는 시아첸을 중국과 파키스탄에 대한 완충지로 생각하고있다.
반면 파키스탄은 이곳이 카시미르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어 양국 모두 촌치의 양보도 고려치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도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시아첸에서의 전투가 더 확대되기를 바라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가 공개적으로 시아첸이 자국영토라고 선언하고 있어 한쪽이 이를 양보하는 선의를 보일 것으로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오는 11월말 있을 인도 총선에서 인도의 간디 총리가 불리해질 경우 시아첸에 대한 정치적 분위기를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파키스탄의 부토 총리 역시 야당시절 시아첸 상실문제를 들어 자주 군대를 비판했기 때문에 시아첸에 대한 주장을 조금도 늦출 수 없는 입장이다.
최근 시아첸 전선을 방문했던 그녀는 또 한차례의 전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인도정부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지구상의 가장 높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무의미한 전쟁은 「힘」의 사용을 피한다는 양국의 거듭된 공언과는 별도로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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