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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집에서 쓰던 마스크, 전담병원 입원해도 4일간 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는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의 한 마트 내 마스크 판매대가 비어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는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의 한 마트 내 마스크 판매대가 비어있다. 뉴시스

대구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전담병원이 잇따라 문을 열고, 운영 중이다. 대구동산병원·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등이 전담병원이다. 이들 전담병원은 일반 환자 없이 병원 자체를 통째로 비워, 코로나19 확진자만 격리 치료한다.

"4일간 같은 마스크 끼고 격리 치료" #"손 소독제 통 아무것도 없어 불안" #"물자부족 격리 병원에서도 여전" #대구시, 배분 과정 살피는 과정 돌입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상태로 확진자와 의료진만이 격리된 채 생활한다. 전담병원 격리 환자들의 생활 환경은 어떨까.

며칠간 사용했다는 제보자의 마스크. 사진 독자 제공

며칠간 사용했다는 제보자의 마스크. 사진 독자 제공

2일 중앙일보 취재결과와 제보자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는 확진자 150여명이 격리돼 있다. 이들은 4인실에 푸른 환자복을 입고 입원해 있다. 격리 중인 환자들은 '물자부족'에 힘들어한다. 마스크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입원 환자들도 마스크가 없다는 것이다.

병원에 입원 중인 제보자는 "격리 후에도 집에서 사용하던 마스크를 그대로 착용했다. 4일간이나 사용했다. 병원에 와서도 마스크를 바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며 "최근 입소한 환자들도 마스크를 제때 공급받지 못했다. 의료진들도 사용할 마스크가 부족하다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1일 지저분한 마스크를 못 끼겠다고 의료진에게 이야기하자, 한장을 주더라"라며 "왜 이렇게 마스크가 부족한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측은 "지난달 28일 입소를 시작했으니, 병원에서만 4일간 같은 마스크를 쓴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의료진들이 고생하고 있는 가운데 병원에 (마스크 같은) 물자가 부족한 부분은 현실이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만큼 의료 환경이 더 좋게 개선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환자 침대 한편에 설치된 손 소독제 통. 소독약이 없다. 사진 독자제공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환자 침대 한편에 설치된 손 소독제 통. 소독약이 없다. 사진 독자제공

손 소독제 부족 현상까지 있다고 한다. 손 소독제 통이 환자 침대 옆과 세면대 옆에 설치돼 있지만, 텅 비어 있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그는 "정부가 마스크 같은 의료 물자는 자가격리 중인 환자를 포함해 확진자와 의료진에게 우선으로 공급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제공한 도시락. 사진 독자제공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제공한 도시락. 사진 독자제공

이들의 식사는 어떨까. 하루 끼니때마다 병원 측은 도시락을 제공한다. 반찬은 끼니마다 달라진다. 고기반찬이 나오고, 나물국이 나오기도 한다. 도시락 자체가 따뜻하진 않지만, 한 끼 식사로는 충분하다는 게 제보자의 이야기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환자에게 제공한 진통제와 생수. 사진 독자제공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환자에게 제공한 진통제와 생수. 사진 독자제공

치료는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단체로 줄지어 가 찍고, 끼니마다 의료진들이 약을 별도로 준다. 도시락을 나눠 줄 때 경증 환자들은 진통제(타이레놀) 두알과 생수 1병이 더해진다.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에이즈 치료 약 같은 특별한 치료 약은 별도로 없다. 제보자는 "병원 내부는 깨끗하고 위생적인 편이다. 화장실도 깨끗하다. 하지만 물청소는 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쓰레기통만 현재 비워가는데, 시간이 지나면 병원 환경이 어찌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복도 모습. 정수기가 있지만 미설치 상태다. 사진 독자제공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복도 모습. 정수기가 있지만 미설치 상태다. 사진 독자제공

병원에 입원 중인 확진자는 자가격리 중인 확진자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다. 의료진들이 24시간 간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 격리 기간 중 샤워 등 씻을 수 없다는 점, 복도에 정수기가 설치돼 있지만, 연결(지난달 29일 저녁 기준)이 안 돼 있는 점 등은 아쉽다고 대구병원에 격리된 제보자는 전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내 화장실 모습. 위생적이고 대체적으로 깔끔해보인다. 사진 독자제공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내 화장실 모습. 위생적이고 대체적으로 깔끔해보인다. 사진 독자제공

이런 문제 대해 대구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가 많이 보급된 상태 같은데, 무언가 마지막 배분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착오가 있는 부분은 세심하게 살피고 있고, 개선 중이다"라고 했다. 대구시는 2일 오전 마스크 부족 현상 원인 파악을 위해 마스크 배분 과정을 정교하게 되짚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별도 담당자를 정해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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