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55분 들어와 5시2분에 끝···“2명 검사 7분” 드라이브 스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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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4시 55분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세종시보건소. 주차장에 설치된 커다란 흰색 천막 사이로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다. 창문을 내린 여성 운전자에게 다가운 의료진은 발열 여부 등을 확인한 뒤 검체를 채취했다.

지난 27일 세종특별자치시보건소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한 채 검체 채취를 받고 있다. [사진 세종시보건소]

지난 27일 세종특별자치시보건소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한 채 검체 채취를 받고 있다. [사진 세종시보건소]

뒷자리에 타고 있던 아이도 같은 방법으로 검사를 받았다. 겁을 먹고 울음을 터트렸던 아이는 채취가 금세 끝나자 언제 그랬느냔 듯 울음을 그쳤다. 의료진에게서 주의사항을 안내받은 여성은 창문을 닫고 5시 2분쯤 보건소를 빠져나왔다. 여성과 아이가 검체 채취를 받는 게 걸린 시간은 7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줄서서 기다리지 않고 차량에 탄채로 검사 #30분 건리던 코로나19 검사 10분만에 완료 #대기 시간도 이틀에서 당일 검사로 단축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전국의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도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감염원에 노출될 수 있고 검사할 때마다 장비를 소독하고 의료진이 방호복도 갈아입는 불편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접수하고도 검사를 받는 데까지 5~6시간이 걸리는 일도 다반사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선별진료소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차에 탄 채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26일부터 세종시가 시작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방식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얘기다. 검사 대상자는 차 안에서 검체 채취를 받는다. 다른 선별진료소처럼 문 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모여 있을 필요가 없다. 감염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검체 채취를 마치면 의료진이 소독포(1장)를 운전자에게 건넨다. 차 안을 닦도록 하기 위해서다. 채취했던 차량 부위 창문을 닫고 소독 스프레이로 소독한다. 운전자에게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 격리하고 차량이 다른 가족이 쓰지 않도록 교육한 뒤 귀가 조처한다.

지난 27일 세종특별자치시보건소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한 채 검체 채취를 받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7일 세종특별자치시보건소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한 채 검체 채취를 받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날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이용한 여성은 “접촉자로 통보를 받고 겁도 나고 신분이 노출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며 “미리 보건소와 통화해 검사시간을 예약한 뒤 방문하니 대기시간도 길지 않고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일반 진료소처럼 별도의 소독작업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검사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보통 선별진료소에는 1시간에 2~3명을 검사할 수 있지만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6~7명까지 가능하다.

세종보건소에는 일반 선별진료소 2곳과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1곳이 설치돼 있다. 지난 26일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마련되기 전 검사는 하루 최대 41건이었다. 하지만 26일에는 검사가 90건을 넘어섰다. 27일에는 오후 5시까지 100여 건에 달했다. 검사 건수만 늘어난 게 아니다. 대기 시간도 이틀 정도 걸리건 데 당일 검사도 가능하게 됐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과 대전 등 다른 자치단체에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도 덕양구 주교 제1 공영주차장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인 ‘고양 안심 카(Car) 선별진료소’를 설치, 운영 중이다.

세종특별자치시보건소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운전자는 자신의 차량에 탑승한 채 검체 채취를 받을 수 있다. 신진호 기자

세종특별자치시보건소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운전자는 자신의 차량에 탑승한 채 검체 채취를 받을 수 있다. 신진호 기자

권근용 세종시보건소장은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차의 유리창만 내리기 때문에 노출 부위가 적어 안전하다”며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전 예약을 통해 검사 인원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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