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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멈춘 30대 그룹 고용증가 5년간 5만명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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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30대 그룹을 비롯한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관련 상담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30대 그룹을 비롯한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관련 상담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30대 그룹의 고용 증가율이 최근 5년간 매년 1%대에 그치고 있다. 또 고용 인원은 4년째 130만명대에 머물러 있다. 30대 그룹이 사실상 ‘고용 정체’에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총 135만명 사실상 고용정체 #고용증가율 2015년부터 1%대 #“주력산업 한계, 대기업 매출 정체” #외주화, 해외이전도 고용 악영향 #코로나19로 올 일자리 더 먹구름

기업 자문업체인 지속성장연구소는 한국CXO연구소에 의뢰해 ‘2010~2019년 30대 그룹 고용 변동’을 조사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대 그룹의 고용 인원은 134만9400명으로 2010년(89만9600명)보다 약 45만명 증가했다.

2011년(103만명) ‘고용 100만명’ 시대를 열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11년엔 전년 대비 고용 증가율이 14.7%, 2012년은 9.9%, 2013년에는 7.2%였다. 그러나 2015년(129만7000명) 1.6%를 기록하며 1%대로 꺾였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본격화한 2016년에는 1.8%에 머물렀고, 2017년(-0.7%)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고용인원은 2016년(132만명) 이후 130만명대에 갇혀 있다.

국내 30대 그룹 고용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국내 30대 그룹 고용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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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기업의 채용 여력이 줄었다. CXO연구소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대 대기업의 1984년부터 2000년까지 매출 증가율은 연평균 16.9%다. 2000년대 들어 평균 증가율은 9%대로 낮아지더니, 2010년대에는 기울기가 눈에 띄게 완만해졌다. 2013년 이들의 매출은 863조원으로 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3년 내리 매출이 줄어 2016년에는 772조원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한국의 주력산업이 한계에 도달하고 대기업의 매출이 정체하거나 소폭 증가에 그친 게 고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자동화·무인화 등 기술발전, 인공지능(AI)의 등장 도 기업들의 고용창출력 저하를 부추기고 있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다.

여기에 대기업의 생산 외주화, 해외로의 공장 이전 등까지 겹치면서 등으로 한국의 산업구조가 고용이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일선 소장은 “산업 구조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대기업의 고용 창출력도 한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52시간제 확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년 연장, 환경 규제, 법인세 강화 등 대기업의 고정비용을 늘리는 정부 정책도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했거나 계획한 대기업들이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채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인력 감축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지속성장연구소는 예상했다. 신경수 대표는 “고용 창출을 대기업에 의존하기보다는 중견·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경제활동인구를 늘리는 정책 강화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30대 그룹 고용 증가에 역할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이었다. 지난해 기준 25만103명을 고용했고, 30대 그룹 중 고용 비중은 18.5%였다. 30대 그룹 직원 5명 중 1명은 삼성 직원인 셈이다. SK는 고용인원이 2010년 3만6642명에서 지난해 10만4427명으로 10년 새 185%나 성장,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 직원이 10만명 이상인 그룹은 삼성·SK를 포함해 현대차(16만2153명)·LG(15만1898명)·롯데(10만1493명) 등 5대 그룹이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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