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딛고 날아오른 OK저축은행 최홍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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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OK저축은행 최홍석. [사진 한국배구연맹]

프로배구 OK저축은행 최홍석. [사진 한국배구연맹]

최홍석(32·OK저축은행)이 다시 날아오른다. 갑상샘암 수술이란 악재를 딛고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OK저축은행은 2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프로배구 6라운드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5-17, 17-25, 25-21, 25-23)로 이겼다. 2연승을 이어간 OK저축은행(15승16패, 승점47)은 3위 현대캐피탈(18승12패, 승점53)을 승점 6점 차로 추격했다.

경기 뒤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은 최홍석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이날 선발 출전한 최홍석은 레오 블로킹 2개 포함 16점을 기록했다. 레오(27점) 다음으로 팀내 많은 득점을 올렸다. 특히 후위공격을 8번 시도해 6번 성공시켰다. 리시브도 팀내에서 가장 많은 26개(정확 7개, 범실 2개)를 받아냈다.

최홍석은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편하게 뛸 수 있게 해주셨다"며 "무관중 경기가 처음이라 코트에서 어색했다. 팬들이 못 오시고, TV를 많이 보실 거 같아서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표정도 밝게 하고,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어 더 열심히 뛰었다. 정말 기분좋다"고 웃었다.

사실 지난 몇 달 간 최홍석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한국전력 소속이던 지난해 8월 건강검진에서 갑상샘암 진단을 받았다. 갑상샘암은 다른 암들에 비해 사망률이 매우 낮고, 치료도 쉬운 편이다. 운동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는 어려움이 없지만, 꾸준한 건강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최홍석은 "그때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암'이란 말을 들으니 많이 힘들었고, 순간 멍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저보다 가족들이 더 걱정했다. 수술 뒤에 힘든 시간도 있었는데, 그래도 빨리 수술해서 잘 됐다고 생각한다. 배구에 대한 간절함은 커졌다"고 했다.

최홍석은 이후 OK저축은행으로 트레이드됐다. 석진욱 감독은 최홍석이 최근 몇 년간 하락세긴 했지만 여전히 최홍석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후반기 들어 석 감독의 기대대로 최홍석이 살아났다. 송명근과 심경섭 등이 부상으로 힘든 상황에서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며 빈 자리를 잘 메웠다.

최홍석과 석 감독은 국가대표 시절 룸메이트란 인연도 있다. 석 감독은 "홍석이가 이렇게까지 해줄줄 몰랐다. 감독으로서 고맙다. 홍석이가 해주면 선수 로테이션이 돌아간다. 서브에 대해서 예전엔 네트에 대고 때리길래, 차라리 아웃되는 게 낫다고 말했는데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석 감독은 "갑상샘 수술을 받고 몸 상태가 올라오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최홍석은 "감독님이 체력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써주셨다. 훈련할 때는 하고, 쉴 때는 배려를 해줬다. 선수들도 이해를 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코트에서 보답하고 싶었다. 경기에 뛸 때는 더 열심히 뛰고 싶었다"며 "그런데 처음엔 뜻대로 안 됐다. 그래도 후반에 기회가 생겼는데 남은 경기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OK저축은행은 희박하지만 아직까지 봄 배구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선수들도 입 밖으로 내진 않지만 마음 속으로는 포스트시즌을 생각하고 있다. 최홍석은 "악착같이 하기보다는 재밌게 한 경기, 한 경기 준비하고 있다. 연습 때 부담을 내려놓으니까 표정도 밝아지고 경기도 좋아지고 있다"며 "끝까지 재미있고,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안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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