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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파견 의료진 만나 허리 굽힌 문대통령···13차례 "고맙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를 방문했다. 이날 방문은 지난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전체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일주일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5분부터 4시 45분까지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 주재(대구시청), 전담의료기관 점검(대구의료원), 취약계층 복지전달체계 점검(대구 남구청), 시장ㆍ소상공인 간담회(동대구역) 등 4개 일정을 소화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대구ㆍ경북(TK) 시민 여러분, 힘내십시오”라는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군과 경찰까지 투입하고, 민간 의료 인력의 지원을 포함해 범국가적인 총력 지원 체제를 가동했다”며 “코로나19의 지역 내 확산과 지역 외 확산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ㆍ정ㆍ청 협의회 후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한다. 일정 정도 행정력을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해 TK를 중심으로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해 “지역적인 봉쇄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아서 다시 한번 해명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특별교부세와 예비비를 포함한 긴급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해 나가겠다”며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보다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지원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회의를 마친 문 대통령은 코로나 19 전담 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으로 이동해 유완식 원장을 비롯한 의료진을 만났다. 의료 인력과 물품 부족 등의 건의를 들은 문 대통령은 “적은 수의 의료 인력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과로로 또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혹시라도 의료진이 감염되지 않을까 참 걱정이 많이 된다. 각별하게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25일 대구의료원에서 유완식 원장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황 설명을 들은 후 의료진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성운 파견 간호사, 이진영 파견 의사, 김경옥 간호부장, 김승미 진료처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25일 대구의료원에서 유완식 원장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황 설명을 들은 후 의료진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성운 파견 간호사, 이진영 파견 의사, 김경옥 간호부장, 김승미 진료처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대구의료원에 파견 나온 타지역 의료진과 이런 대화도 나눴다. 대화 전, 문 대통령은 이들과 악수를 하는 대신 허리 굽혀 인사했다.
“일산 병원에서 간호사 8분, 임상병리사 한 분이 와 있습니다.”(간호사)
“말은 파견이지만, 다들 지원하신 거죠? 그 점이 더더욱 고맙습니다.”(문 대통령)
“의료진도 그렇지만, 자원봉사하고 불철주야 노력하는 공무원들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감사하는 입장입니다.”(의료진)
“그렇게 다른 사람 걱정까지 해 주니까 더 고맙습니다.”(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대구에서 머무는 3시간여 동안 고맙다는 말을 5번, 감사하다는 말을 8번 했다.

대구의료원에 이어 대구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남구청을 찾은 문 대통령은 “관내에 취약계층 복지시설이 많은데, 방문 서비스 등을 통해 일상 활동을 돕고 안부 전화로 안부를 묻고, 또 필요하면 도시락을 배달해 드리고 그렇게 꼼꼼하게 챙겨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뒤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선 “고마움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손도 잡지 못하는데, 마음으로 뜨겁게 격려와 위로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귀경 전, 동대구역에서 지역 시장ㆍ소상공인과 간담회를 한 문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한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봐 추경 예산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긍정적으로 말씀들 해주셔서 잘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에서는 대구의 경제적 어려움을 대구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세균) 총리가 상주할 건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문 대통령은 ‘대구ㆍ경북이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의 지원 의지도 전례가 없다. 믿고 함께 가보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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