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파킨슨병 새로운 원인 밝혀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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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생명공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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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이 발생하는 새로운 원인 현상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파킨슨병은 근육 강직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진행형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이규선 센터장과 경북대학교 조동형 교수팀 등은 지방산 분해와 콜레스테롤 대사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세포기관인 ‘퍼록시좀’이 파킨슨병의 발병과 관련이 있음을 알아냈다고 20일 밝혔다.

퍼록시좀은 포유류의 뇌, 간, 심장 및 폐 조직의 에너지 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전적으로 퍼록시좀 생성과 분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경우 '젤웨거 증후군'과 같은 선천성 뇌신경계 발달장애로 이어지기도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특이적 돌연변이의 퍼록시좀 감소 회복 효과(좌)와 초파리 동물모델에서 체내 퍼록시좀 감소 효과 분석(우)

특이적 돌연변이의 퍼록시좀 감소 회복 효과(좌)와 초파리 동물모델에서 체내 퍼록시좀 감소 효과 분석(우)

기존 파킨슨병은 대부분 독성 단백질의 축적 또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때문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퍼록시좀 기능 연관성이 최초로 제기됐다. 세포실험과 초파리 실험에 따르면 파킨슨병에서 중간 빈도로 돌연변이가 관찰되는 HSPA9 유전자가 변이될 경우 생체 산화 균형을 무너뜨리고 퍼록시좀을 감소시켜 신경 세포나 근육 세포의 기능 저하를 일으킨다. 이는 퍼록시좀의 ‘자가포식작용(pexophagy) 때문인데, 세포가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을 때 그 원인 요소를 분해해 항상성을 높여 세포 생존에 도움을 주는 작용을 뜻한다. 이 매커니즘을 적용하면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퍼록시좀이 새로운 표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퍼록시좀과 관련이 있는 노인성 질병이나 신경퇴행성질환의 치료제 개발 등에 적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퍼록시좀 생성과 분해 조절 과정은 생체 내 모든 세포에 적용이 가능한 현상이기 때문에 노화에 따른 퍼록시좀의 기능 이상을 늦추거나 회복시키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암, 면역 염증질환, 대사질환, 신경퇴행성질환 등 대부분의 노인성 질환 치료와도 관련이 있다. 이규선 센터장은 “퍼록시좀과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세포소기관의 상호작용과 퍼록시좀 기능 유지에 연관된 다양한 조절 인자들을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신약 개발은 신경퇴행성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22일 의료계 세포 생물학 분야 전문지인 오토파지에 게재됐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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