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창지대 물폭탄 … 최악 식량난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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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민들이 집중호우로 수해를 당한 평양 능라도 반월도지구에서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7월 중순 내린 집중호우로 평양 능라도와 연결돼 있는 반월도지구가 물에 잠겼다.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집중호우로 다음 달 14일 시작하기로 했던 '아리랑' 공연을 취소한다고 공식통보한 것으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밝혔다. 재미동포전국협의회 윤길상 회장은 최근 온라인 매체인 민족통신에 "28일 뉴욕의 (북한)유엔대표부로부터 올해 아리랑 축제 계획은 큰물(홍수) 피해 사태로 취소하고, 2007년 봄에 다시 공연할 계획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의 북한 관광을 추진했던 시카고의 아시아퍼시픽트래블사도 이날 북한 당국이 아리랑축전 취소 방침을 통보함에 따라 북한관광객 모집을 취소했다.

◆ 피해 규모는=북한은 28일 조선신보를 통해 이번 집중호우의 피해를 공개했다. 북한이 피해 현황을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피해의 심각성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북한은 94년과 95년의 비 피해 이후 최대 규모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신보의 보도에 따르면 평안남도 신양군과 양덕군에 피해가 집중됐다. 양덕군에서는 1만 명 이상의 수재민과 1만여 정보(1정보는 3000평, 1만여 ha)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최대 곡물생산지인 황해북도의 신평.연산.곡산군 등 8개 시.군에서 농경지 6900여 정보가 침수됐고 1200여 정보가 매몰됐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는 18일의 것으로 지난주 집중호우 피해를 더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이란 지적이다.

◆ 극심한 식량난 오나=북한은 지난해 450만t의 식량을 생산했다. 근래 최고치다. 우리 정부와 민간단체들의 비료와 비닐박막 지원의 힘이 컸다. 그럼에도 자체 생산량만 갖고는 북한 주민을 먹여 살리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최소한 560만t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부 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번 호우가 북한의 곡창지대로 꼽히는 황해도와 평안도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적극적 지원이 없을 경우 북한이 90년대 중반 이후 최악의 식량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북한은 남한과 중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식량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올해는 미사일 발사에 따른 여파로 국제사회의 분위기도 냉랭해 지원이 어느 정도 이뤄질지 불확실하다. 남한이 지원을 보류한 쌀 50만t도 6자회담 복귀 등 북한이 성의 있는 조치를 내놔야 가능한데, 과연 북한이 자존심을 숙여 가며 지원을 요청할진 미지수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국과 국제사회가 지원하지 않으면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 아리랑=연인원 10만여 명이 참여해 매스게임과 카드섹션 등을 공연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체제의 정통성을 심어주기 위해 2002년 김일성 주석 90회 생일을 기념해 기획됐다.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지난해엔 7000여 명의 남측 관광객이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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