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왜곡 우려했나…검사들 “검사장회의 생중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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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논의한다며 오는 21일 열기로 한 전국 검사장회의를 생중계하거나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검사들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회의 상황이 왜곡·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법무부가 난색을 표하는 가운데 회의 일정이 당초 계획에서 일부 변경됐다.

아전인수 해석 못하게 공개 요구 #검사들 ‘수사·기소 분리’ 반격 준비 #법무부선 난색…회의도 줄여 #오찬은 회의 뒤 만찬으로 변경

이날 검사장회의는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 ▶검경 수사권 조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관련 하위법령 제정 ▶검찰 수사관행·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검찰 입장을 듣는 순서로 진행된다고 한다.

당초 회의 소집의 명분이던 수사와 기소 주체 분리 안건은 ‘분권형 형사사법시스템’ 의제 때 논의키로 했다. 사실상 논란을 의식해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원래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회의실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검사장회의 시간도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변경했다. 오찬도 만찬으로 바뀌었다.

이런 결정은 추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관계가 정점에 이른 만큼, 일정을 모두 마무리 한 뒤 만찬을 하며 소통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법무부는 “회의 1~2일 전 세부 일정 계획안과 회의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선 검찰의 반발 분위기는 뚜렷하다. 이미 일선 검찰청에서는 법무부가 내세우는 수사와 기소 분리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 논리를 취합 중이라고 한다. 주로 수사와 기소 분리 방안이 검찰청법상 검사의 권한이나 형사소송법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와 사례, 통계 등을 수집해 반대 논거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 학살’인사로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은 검사장들이 다수 참석, 작심 발언이 쏟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라며 사실상 반대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그런 만큼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윤 총장을 보좌하며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도맡다 제주지검으로 발령난 박찬호 지검장과 윤 총장과 서울중앙지검에서 1차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두봉 대전지검장 등이 어떤 발언을 할지도 관심이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생중계 하라”,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회의 과정이 국민에게 전면 공개되면 수사·기소가 함께 가야한다는 검찰 입장이 보다 자세히 설명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또 법무부 장관 앞에서 예의를 차리느라 완곡하게 반대하는 것을 법무부가 아전인수격으로 ‘찬성’으로 해석할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회의록이 다 공개돼야 (법무부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현직 검사는 “현 정권을 겨눈 수사 이후 개혁 대상으로 검찰만 오르내리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현장의 사기가 저하됐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날것의 협의 과정이 공개될 경우 부작용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언론을 통해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관계가 부각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 생중계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 땐 언쟁이 격화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라고 한 말이 여과 없이 대중에 전달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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