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회계감사실 조사보고|주한미군 PX물품 암거래 갈수록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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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워싱턴=한남규 특파원】양주·핫도그·치즈 등 주한미군 면세 PX상품의 시중 암거래가 확대되고 특히 미국 산 쌀의 암거래가 현저히 늘고 있다는 사실이 19일 미국 의회에서 공개됐다.
미 의회 회계감사실(GAO)은 이날 상원 정부문제 위원회청문회에서 최근의 현지조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서울 등 시중에 유통되는 PX상품 중 쌀·스팸고기통조림·핫도그·치즈· 헤어스프레이·위스키 등의 판매비율이 높다고 밝히고『특히 면세 쌀의 판매량은 예상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87년의 경우 한사람마다 한해 13·6파운드씩 공급됐고 미군부대 식당 내 소비량이 1인당 연간 10·3파운드 꼴이던 미국산 쌀이 88년에는 한 사람에 1백70파운드 이상 공급된 것으로 GAO는 분석했다. PX를 통해 한국에 공급된 미국산 쌀은 지난해의 경우 1천1백97만6천 파운드(80kg들이 6만8천 가마)이며 이중 상당량이 한국일반소비자에 의해 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많은 한국소비자에게 흘러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팸고기통조림의 지난해 판매량은 1백10만 깡통(82만6천 파운드)이며 핫도그는 한사람에 3백65 내지 4백56개꼴, 치즈는 8백16장(34파운드)씩 판매되었다고 이 기구는 집계했다.
특히 올림픽기간중 닭다리 판매가 격증, 그전에 매월 40파운드들이 포장으로 1만2천 봉지정도 판매되던 게 이 기간 중 4만 봉지로 늘었다가 그후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보고됐다.
그러나 한국 암거래시장의 선호도가 가장 유별나게 두드러진 PX상품은 시바스리걸 양주로 나타났다. 암거래시장에 대량으로 거래되고 있는 시바스리걸의 작년 한해 PX판매량은 12년 묵은 것이 31만4천7백B38병, 21년 묵은 것(로열 설루트)이 2만5천6백80병이었다.
시바스리걸의 경우 30만6천명이 주둔하고있는 유럽의 미군부대에서 4만7천85병(1리터들이) 이 판매된 데 비해 4만5천5백 명의 현역이 주둔하는 한국에서는 31만병 이상이 거래됨으로써 유럽병력의 15%수준인 주한미군부대가 시바스리걸은 그 쪽의 6배를, 1인당 구입 량으로 따져서는 46배를 사들였다는 계산이라고 GAO는 풀이했다.
그 다음 순서의 양주는 짐빔(매월 8천4백 병), 조니워커(블랙)는 5위로 나타났다.
이날 청문회를 주재한 칼레빈 상원의원(민주)은 면세상품의 판매이익금이 장병복지에 사용되는 본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 같은 암거래는 미납세자의 불이익파 군 사기저하를 초래한다고 말하고『가장 중요한 점은 한국소비자의 수요가 큰 이 같은 상품들의 거래가 암시장 판매로 대체됨으로써 미국기업에 불공정하다』며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방노력을 촉구했다.
특히 이날 레빈 의원에 의해 공개된 서한을 통해 제임스 부드 주한 미국상공회의소부회장은『암시장의 존재는 일부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한국인에게만 제한된 상품을 제공한다』 고 지적, 이를 경제적 차별이라고 규정했다.
샌드라 크리스토퍼 미 무역대표부 아-태 담당 대표보는 암시장은 한국수입시장 폐쇄에 기인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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