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다면 한국으로"…정부, 日 크루즈선 내 한국인 국내 이송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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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부터 일본 요코하마 항구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선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6일부터 일본 요코하마 항구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선의 모습. [AP=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방지를 위해 일본에 정박 후 격리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선에서 우리 국민을 국내로 이송할 방침이다.

미국은 16일 전세기 2대 이용 본국 이송 #홍콩·대만·캐나다·이스라엘 등도 이송 추진 중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에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선내 우리 국민의 국내 이송에 대해 논의했다"며 "정부는 2월 19일 이전이라도 일본 당국의 조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된 우리 국민 승객 중 귀국 희망자가 있다면 국내 이송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의 탑승객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할 예정이며, 음성 판정자를 19일부터 순차적으로 하선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격리된 재일동포 60대 여성 K씨(오른쪽)가 남편과 함께 베란다에 걸어둔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격리된 재일동포 60대 여성 K씨(오른쪽)가 남편과 함께 베란다에 걸어둔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현재 프린세스호 내에 탑승 중인 3700명의 승선인 가운데 한국인은 14명이다. 승객 9명 중 8명은 주로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승무원 5명 중에도 국내 연고자는 2명뿐이라 한국 이송 관련 당사자의 의사 확인이 먼저 이뤄질 전망이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귀국 의사를 밝힌 분들이 몇 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서 계속 연락을 취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도 지난 14일 전세기를 통해 미국인 380여명을 데려오겠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오늘(16일) 밤 전세기 2대를 도쿄 하네다(羽田)공항에 대기시켰고, 일본 자위대가 미국인 승객을 버스로 요코하마 항구에서 공항으로 이동시킨다. 이어 17일 새벽 미국으로 출발하는 방향으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보도했다.

홍콩 보안국도 15일 성명을 내고 일본에 전세기를 보내 330여명의 홍콩 시민을 자국으로 데려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콩 당국은 성명에서 "현재 일본 당국과 협의 중이며 세부 일정을 조율하는 대로 전세기를 투입할 예정"이라며 "이들은 홍콩으로 돌아온 뒤 14일간의 격리 생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일하는 사르카르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업로드한 영상. 해당 게시물에는 "날이 갈수록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에서 우리를 구하러 와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페이스북 캡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일하는 사르카르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업로드한 영상. 해당 게시물에는 "날이 갈수록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에서 우리를 구하러 와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페이스북 캡처]

20명의 탑승객이 있는 대만도 14일 이송 검토를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캐나다 정부도 전날 전세기편으로 귀국시킬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프린세스호 내 캐나다인 탑승자 수는 255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 국민 15명을 즉시 하선시켜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게 해달라고 일본 외무성에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에서 감염 확산 등의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했다고 더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보도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지난달 20일 요코하마항을 출항해 가고시마(鹿兒島)현과 홍콩, 오키나와(沖繩)현 나하(那覇)를 거친 후 지난 3일 요코하마로 돌아왔다. 1월 25일 홍콩에서 내린 80세 남성이 신종 코로나 감염자로 확인되자 일본 당국은 이 배를 요코하마 해상에 정박시킨 채 검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16일) 오전까지 확인된 확진자 수는 355명으로, 중국 외 지역 가운데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했다.

김다영·위문희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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