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보수 정운천 ‘5억짜리 이적’…보조금 마감날 미래한국당으로

14일 미래통합당 수임기관 첫 회의에서 정운천 의원(오른쪽)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웃으며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보수 진영 통합신당인 미래통합당 출범을 앞두고 일부 세력이 이탈했다. 통합준비위원회(통준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기표 국민의소리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미래통합당 지도부 및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 반발하며 14일 사퇴했다. 장 위원장은 “혁신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준비위원들의 무능을 통감한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장기표는 통준위에 사표 던져 #미래통합당 출범 전 파열음 #한국당 체제에 최고위원만 추가 #“혁신 못 보여줘 안타까워” 성명

장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성명서를 내고 “시민사회단체 측 준비위원들은 혁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안으로 통합신당의 얼굴이 될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최소한 절반이라도 바꾸거나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일부 언론이 시민사회단체가 지분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퇴장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여러 세력이 참여해 신당을 구성하는 만큼 당연한 주장이었고, 추가 인원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 측 인사를 추천할 의사마저 없음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선을 그었다.

장 위원장의 요구에도 통준위는 지도부와 공관위를 새로 구성하는 대신 일부를 추가하는 선으로 결정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전진당 등도 이날 합동회의를 열고 황교안 대표 등 한국당 지도 체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최다 4명의 최고위원만 추가하기로 했다. 신당 명칭은 미래통합당으로 최종 결정했다. 약칭은 ‘통합당’이다.

이에 대해 장 위원장은 “한국당과 새보수당, 김형오 한국당 공관위원장 등은 ‘시간이 없다’거나 ‘비현실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혁신을 회피했다”며 “새 지도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기존 정당 지도부에 몇 명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정당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런 가운데 정운천 새보수당 의원은 이날 한국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전격 이적했다. 한국당이 아닌 다른 당에서 미래한국당의 이적은 정 의원이 첫 사례다. 현재 미래한국당에는 한선교 대표·조훈현 사무총장·김성찬 의원과 지난 13일 한국당에서 제명 처리된 이종명 의원 등 현역 의원 4명이 소속돼 있다.

정 의원이 이적 시점을 14일로 잡은 것은 각 정당에 경상보조금이 지급되는 날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14일을 기준으로 교섭단체 구성 여부와 의석수 등을 따져 각 정당에 1분기 경상보조금이 지급된다. 신생 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경우 의석수가 기존과 같이 4석이었으면 1분기 경상보조금을 2000여만원만 수령할 수 있었지만 이날 5석을 채워 배분 비율이 5%가 되면서 총 5억7143만2000원을 받게 됐다. ‘5억5000만원짜리 이적’이었던 셈이다.

정 의원의 이적 소식에 새보수당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정 의원은 미래한국당 이적 사실을 이날 오전에서야 새보수당에 알렸다고 한다. 새보수당 핵심 관계자는 “새보수당을 대표해 보수 통합 논의에 참여해 왔던 정 의원이 통합신당이 정식 출범하기도 전에 한국당의 비례정당으로 옮기는 것은 사실상 비례대표 자리를 노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해리·윤정민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