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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감추는 나라에서 ‘기생충’ 같은 영화 나오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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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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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언론에 대비된 한국과 중국의 명암

사라지는 환자들, 최초로 경고했던 의사의 죽음, 당국의 대응을 고발한 시민의 행방불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전해진 중국의 현실은 마치 괴담 같습니다. 같은 시각 한국은 아카데미 4관왕으로 축제 분위기였죠. CNN에 보도되는 한국·중국의 극과 극의 모습에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기생충은 중국 본토에서 정식으로 상영되지 못하지만,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기생충 #봉준호오스카감독상 등이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고 “정말 대단하다” “축하를 보낸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 영화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중국산 영화도 창조력에 집중해야 한다”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고 있네요. 기생충에 대한 반응은 중국의 폐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와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막는 공산사회주의의 폐습” “나는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며 사회 운동의 필요성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를 지켜본 한국 네티즌들은 “바이러스 없는 바이러스 사망자 명단에 올라가는 건가” “나치수용소도 아니고 저게 나라냐” 등의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합니다. 또 “중국도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을 허락하라고 하면 될 듯” “장이머우, 천카이거 같은 거장이 있잖은가”라며 위로와 응원을 보내네요. “자유가 없는데 예술이 되냐” “표현의 자유가 예술을 꽃피운다”면서 “한국인인 게 자랑스럽다”는 글도 자주 눈에 띄네요.

#. 마이크의 주인은?

중국 우한의 한 임시병원에서 10일(현지시간) 환자와 의사가 경쾌한 리듬의 노래인 ‘붉은 꽃’에 맞춰 춤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우한의 한 임시병원에서 10일(현지시간) 환자와 의사가 경쾌한 리듬의 노래인 ‘붉은 꽃’에 맞춰 춤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소식에 축복과 찬사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수상 소감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죠. 이미경 CJ 부회장이 최우수 작품상 수상 소감을 말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작품상 수상자는 봉준호 감독과 제작사(바른손) 대표 곽신애씨인데, 왜 이 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느냐는 지적이죠. 덕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부회장의 역할도 부각됐습니다.

“봉준호·송강호가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 올랐음에도 영화 만드는데 지장 없도록 지원하다가…미국에서 한국 영화 인정받게 홍보 활동 및 지원” “백억 넘는 홍보비” 등의 댓글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미경 부회장 없이는 지금의 기생충도 없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반면, 강유정 평론가는 “투자와 배급이 중요하긴 하지만, 돈은 무대 뒤에 있어야 한다”고 일침을 놨네요. 거대 배급사이자 국내에 가장 많은 영화관을 보유한 기업이 영화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역기능을 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부회장의 공을 인정한다면서도 “어디까지나 기업인으로서 투자를 한 것이지, 예술 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그가 주역으로 평가받는 것에는 반감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다들 흥분한 상태에서 마이크 넘겨주니 두서없이 생각나는 말 한 것 가지고 진지하게 비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CJ는 한국 영화계 애증의 존재. CGV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영화 산업이 이렇게 발전했을까?”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e글중심지기=김서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