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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비정규직 PD의 죽음…유족 “청주방송 불법행위 책임 묻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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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재학 PD의 유족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청주방송에서 14여 년간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재학 PD의 근로자지위 인정 촉구 및 청주방송의 사과를 요구했다. [뉴시스]

고 이재학 PD의 유족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청주방송에서 14여 년간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재학 PD의 근로자지위 인정 촉구 및 청주방송의 사과를 요구했다. [뉴시스]

프리랜서 PD로 일하다 임금 문제로 CJB청주방송과 갈등을 빚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재학 PD의 유족은 12일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통해 형의 잃어버린 명예 회복과 그에 따른 당연한 대우를 찾을 것”이라며 책임자들의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고 이재학 PD의 동생인 이대로 씨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방송이 행해 온 위증 행위, 직원에 대한 갑질, 압박, 회유 등 수많은 불법 행위와 비정상적인 자회사·외주개발사 운영 및 직원 운영 행태 등 모든 불법 사항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언론계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일명 프리랜서라는 명목 하에 행해지는 비정상적인 불법노동착위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밝힐 수 있도록 건의해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함께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고 이재학 PD는 2004년 조연출로 CJB청주방송에 입사해 프리랜서 PD 신분으로 14년을 일했다. 그는 2018년 4월 사측에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가 모든 방송에서 하차당하며 일자리를 잃었다.

그해 8월 이 PD는 사측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지만 지난달 22일 1심 재판부는 이 PD의 노동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패소 판결했다.

그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지난 4일 오후 8시 청주의 아파트 지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것이 없다.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방송 “근로 개선 약속”…유족 “소송 이어갈 것”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청주방송에서 14여 년간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이재학 PD의 유족 이대로 씨가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청주방송에서 14여 년간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이재학 PD의 유족 이대로 씨가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논란이 커지자 사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많은 분이 기대하는 방송사 역할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고 이재학 PD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프리랜서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그러나 고인의 명예를 위해 법정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족은 “고인이 CJB청주방송을 상대로 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에서 패소했지만 그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변호인과 협의해 항소심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PD의 변호인 역시 “원고인이 사망했더라도 유족의 소송수계 신청을 통해 항소심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수계는 유족 등 당사자가 기존에 진행하던 소송을 이어받는 것을 말한다.

한편 한국PD연합회와 충북지역 노동단체,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이 PD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성명을 내고 “CJB청주방송이 고용계약서·용역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는 이유로 이 PD가 자사 소속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억지”라고 비판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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