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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다시 들어와 복구작업 활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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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샌프란시스코=박준형특파원】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래 미국 내 최악의 지진참사로 기록된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샌호제이 시와 홀리스터 시·산타크루스 시 등으로 밝혀졌다.
특히 진앙지와 인접한 산타크루스 시에서는 중심가의 대형 쇼핑센터가 붕괴돼 6명이 사망했고 교량 2개도 무너져 내렸으며 산사태도 일어났다.
○…한꺼번에 2백50여명이 사망하는 최대의 참사는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잇는 880번 고속도로에서 일어났다.
2층 고가도로인 이 고속도로가 오클랜드 니미츠 고속도로 부근에서 2층 상판 1km가량이 무너져 내리면서 때마침 퇴근길의 질주하던 차량들을 덮쳐 차에 타고있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압사했다.
붕괴된 도로는 마치 길다란 판자 2개를 붙여놓은 듯 납작해졌는데 발굴작업에 나선 구조대들은 『얼마나 많은 차들이 상판사이에 끼여있는지 모르겠다』고 참상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시 거리에는 파괴된 건물 부스러기, 부서진 자동차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으며 도로변 가드레일은 엿가락처럼 휘어진 모습. 시청 청사지붕에 게양됐던 성조기도 깃대가 약 3O도로 꺾여진 채로 볼썽사나운 모습.
지진과 함께 정전이 돼 암흑 천지로 변한 샌프란시스코 시가는 교통신호등마저 꺼져 때마침 귀가를 서두르는 차량과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시민들은 다급한 대로 촛불을 켠 술집과 레스토랑으로 몰려들어 긴급뉴스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시가 정전으로 암흑천지가 되자 시 치안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현지경찰이 밝혔다.
경찰은 야구배트와 재크나이프를 휘두르는 약탈자들이 시내 곳곳에서 상점 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약탈하는가 하면 지나가는 시민들을 위협, 돈을 요구하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쯤 되자 알로 스미스 샌프란시스코 시 검사는 『약탈에 대해서는 보석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질탐사 소장 댈라스펙씨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은 「더 큰 것」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도 7.0이상의 강진이 10년 이내에 산안드레아스 지진대에서 발생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며 『다만 언제 오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지질학 전문가들은 지난해 7월 지질탐사소와의 회의에서 샌프란시스코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50%이상이라고 예측했는데 펙씨는 이번의 지진은 예고편 같은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18일 『피해지역인 캘리포니아 북부지역을 돕기 위한 모든 방법과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의회지도자들과의 회의에 앞서 가진 회견에서 『수백만 달러 상당의 재해구호기금을 긴급 방출했다』고 발표.
○…18일 날이 밝으면서 주민들은 전날의 악몽을 씻고 복구작업에 나섰다.
온통 깨진 유리창 조각으로 뒤덮였던 샌프란시스코만 일대의 거리는 거의 정상적인 모습을 찾았다.
전기 공급은 3분의2가 재개됐고, 전화소통도 특별한 어려움은 없을 정도로 복구됐다.
구조작업에는 개도 동원됐는데 최악의 참사를 빚은 880번 고속도로에서 차에 갇힌 한사람이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 소방관이 보고.
○…프랑스의 한 지질학자는 앞으로 12∼36시간 내에 첫 지진 때의 강도에는 미치지 못 하는 또 한차례의 지진이 엄습할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
프랑스의 한 TV방송에 출연해 이 같은 주장을 편 그는 『만약 약한 지진이라도 또 발생할 경우에는 각종 건물들이 이미 금이 갔기 때문에 붕괴의 위험이 더욱 높아지게 돼 많은 인명피해가 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
○…「지진의 나라」 일본 동경에선 18일 오전 9시부터 NHK를 통해 중계되는 미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3차 전을 시청하려다가 난데없이 지진 피해상황을 생중계로 보게됐다.
NHK는 당초 야구중계 계획을 재빨리 지진중계로 전환, 기구·헬리콥터까지 동원한 생생한 중계를 일본 시청자들에게 제공했다.
지진 발생직후 가이후(해부) 일본 총리는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지진피해자들에게 조의를 표한다』며 『긴급구조와 복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약속.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고 있는 영 연방회의에 참석중인 대처 영국 총리도 위로와 함께 지원을 제의하는 전문을 보냈다.
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샌프란시스코의 존킨 대주교에게 전문을 보내 지진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샌프란시스코 한국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1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교민들의 인명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피해지역 가운데 교민들은 샌프란시스코에 2만5천명, 샌호제이에 2만5천명, 오클랜드에 1만7천명, 산타크루스에 7천명 등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측은 공관 벽에 금이 가고 책상 등 집기가 일부 파손되기는 했지만 큰 재산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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