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난감한 영입인재···與 '비례 20% 전략공천' 삭제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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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자의 최대 20%까지 당 대표가 전략공천을 할 수 있도록 한 당규 조항의 삭제를 검토한다.

민주당 한 핵심관계자는 1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전략공천하는 형태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당에서 비례대표 후보 선출 전에 당헌·당규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20% 이내 비례대표 전략공천 조항은 이제 무효”라며 “현행 당규대로 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안 받을 것이기 때문에, 법에 맞춰서 ‘임시 내규’를 정해 공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당규 10호 49조 3항은 당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자 중 당선 안정권의 20% 이내에서 선거 전략상 특별히 고려가 필요한 후보자를 선정해 그 순위까지 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전체 비례대표 후보자의 최대 20%까지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머지 비례대표 후보자들은 당 국민공천심사단의 심사·투표를 거쳐 당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회 의결로 확정된 뒤, 당 중앙위원회 순위투표 결과에 따라 차례로 명부에 이름을 올린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7일 개정된 공직선거법 47조 2항은 ▶정당은 민주적 심사 절차를 거친 대의원·당원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해야 하고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 절차에 따라 비례대표 후보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후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확정하면, 공천 과정을 담은 회의록 등 ‘민주적 심사·투표 절차’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민주당이 현행 당규에 따라 총선 전략상 특정 후보를 비례대표 명부 상위에 배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선관위는 지난 6일 “비례대표 전략공천은 불가하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저지 끝에 의장석을 탈환해 선거법 개정안 가결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저지 끝에 의장석을 탈환해 선거법 개정안 가결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선거법 논의 당시 관련 규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정작 당규는 내버려 뒀다’는 지적에 대해 “본회의에서 통과가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당규부터 고칠 수 있었겠느냐”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바뀐 법에 따라 당헌·당규 개정 작업은 반드시 후속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선관위에 ‘해당 당규가 선거법에 위배되느냐’고 유권해석을 의뢰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법에 명시된 부분이라 선관위가 정치적으로 유권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선거법에 해당 조항이 마련된 건 당초 선거법 개정안이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당을 제외한 범여(汎與) 선거법 협상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수가 대폭 늘어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밀실 공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마련했던 것”이라며 “협상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석이 현행대로 유지됐지만, 의미 있는 개정 방향이라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도 지난해 정치개혁특위 논의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석수가 늘어나다 보면 당연히 공천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예견될 수 있다”(지난해 6월 25일, 박찬진 선관위 정책실장)며 조항 신설에 공감했다.

더불어민주당 16번째 영입인재인 주한베트남교민회장 겸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원옥금씨(왼쪽)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1호 영입인사인 최혜영 교수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16번째 영입인재인 주한베트남교민회장 겸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원옥금씨(왼쪽)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1호 영입인사인 최혜영 교수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당이 어렵게 ‘인재’로 영입하고도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후보자의 최종 순번은 당 중앙위원회에서 정하는데, 가령 당 전국장애인위원회 출마자가 조직표를 등에 업을 경우 당 ‘영입 1호’인 최혜영(41) 강동대 교수의 당선권 배치를 장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가뜩이나 연동형 비례제 도입으로 비례 의석이 4~5석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는데, 비례대표 출마가 불가피한 영입인사들마저도 당의 배려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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