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햄스터한테 감염” 1339 콜센터에 쏟아지는 황당전화

중앙일보

입력

11일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1일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리 집에요, 쥐가 한 마리 있어요. 뭐냐면 그 햄스터 있죠. 햄스터. 그게 한 마리 있어요.”

“선생님, 그 햄스터가 중국에서 온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햄스터로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상담원)

최근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로 걸려온 상담 전화 내용 중 일부다. 상담을 요청한 남성은 “내가 신종 코로나에 걸린 것 같다. 집에 있는 햄스터에게 옮은 것 같다”고 호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이후 1339 콜센터에는 상담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보통 하루 300~400통 정도 전화 상담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하루에만 2만통 가까운 전화가 몰린다. 대부분은 자신의 여행 이력, 건강상태를 상담하려는 시민들의 전화지만 ‘햄스터 전화’ 같은 황당한 사례도 많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1339 콜센터에서는 상담 요원 188명이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전화 상담 요청을 처리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 사태 발발 전만 해도 간호사 자격증을 가진 전문 상담 요원 19명이 하루 3교대로 일해도 충분했다. 예년 같으면 학교 입학 시즌을 앞두고 어린이 예방접종 문의 전화가 주로 걸려올 시점이다.

하지만 지금은 신종 코로나 관련 전화가 99%를 차지한다. 최근 중국을 다녀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중국 외 다른 국가를 다녀와서 발열ㆍ기침 등 의심 증상이 있는데 괜찮은지, 일반 병원과 선별진료소 중 어디를 가야 할지 문의하는 전화가 쏟아진다. 평소 97%대였던 전화 상담 처리율(응답률)이 지난 1월 28일 기준 9%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급히 상담 요원을 188명까지 늘렸다.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등 유관기관 연계 인력까지 합치면 596명이 종일 신종 코로나 상담 전화에 매달린다.

박혜미 1339 센터장은 “아침 시간대에는 7∼10시 사이, 저녁 시간대에는 오후 6~10시 사이에 전화가 많이 들어온다. 그 시간대에 최대한 응대하고자 탄력적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 인력을 확대하면서 지금은 응대율이 95%까지 올라왔다. 연결 지연이 거의 없고 원활하게 전화가 연결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상담업무를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전문 콜센터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상담원들 외에도 보건·의료 등 전문인력 19명이 상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상담업무를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전문 콜센터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상담원들 외에도 보건·의료 등 전문인력 19명이 상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1339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상담사례는 “중국에 방문한 적은 없는데 신종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다”는 문의다. 강장 훈 1339 콜센터 과장은 “중국을 방문한 적 없는데 증상이 있다며 괜찮은 건지 질문이 많다”면서 “중국 방문 이력, 중국인 접촉력, 해외여행 이력 등을 확인한 뒤 관련 내용을 안내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지금은 신종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절기상 인플루엔자나 감기가 유행하는 시기다. 그래서인지 막연한 불안감이 매우 크다”라며 “예를 들면 주변에 중국인이 지나만가도 전화를 하는 분이 있다. 정말 많다. 막연한 불안감에 대해 전화 응대를 하고 그분들의 불안감 해소하는 데 도움 드리는 게 저희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김성신 1339 콜센터 부문장은 “전화 끝에 ‘감사하다’고 말하거나 ‘너무 힘들겠다’며 격려해주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 덕분에 더욱 사명감을 느끼면서 한 통, 한 통 전화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1339 상담 요원들을 가장 괴롭게 하는 건 장난 전화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최근에 ‘내가 중국 우한에 다녀와서 신종 코로나 증상이 나타났다’는 신고 전화가 들어와 질병관리본부에 비상이 걸렸다. 확인해보니 장난 전화였다. 이런 경우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발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업무가 너무 많아 그런 것을 검토할 여력도 없었다. 이런 장난 전화가 너무 잦아 힘이 든다”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한참 상담한 뒤에 ‘장난 전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전화 때문에 도와드릴 수 있는 다른 분을 놓칠 수도 있는 만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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