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만에 종로 출마 접은 이정현 "정치적 거래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지난 4일 청와대 앞에서 4·15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지난 4일 청와대 앞에서 4·15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던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10일 출마 의사를 접었다. 6일 만이다. 이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도 나간다 하지 않아서 내가 롤모델을 제시한 거였다”며 “제1야당 대표가 나가겠다고 선언했으니 전임 당대표로서 내가 양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출마선언을 거둬들이며’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양보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해 출마 선언을 거둬들이겠다”고 밝혔다.

언제 결심을 굳혔나?
어젯밤 마음을 굳혔다. 많이 괴로워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혼자 결정한 것인가?
그 누구와도 대화하거나 만난 적도 없고, 정치적 타협·거래 전혀 없었다. 황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한 순간부터 나 혼자 고민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이 의원은 “어떤 상황이라도 끝까지 간다”고 완주 의사를 밝혔다. 당시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부분은 가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출마 선언도 힘든 결정 아니었나?
종로에 (보수진영에서) 아무도 출마한다고 하지 않아서 내가 나간 거다. (황 대표가) 나간다 했는데 내가 나간 게 아니다. 자유우파 진영에서 한 사람은 나서서 민주당 후보랑 싸워야 한다는 모델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제는 후보가 둘이 돼 2대 1로 붙으면 당연히 갈라진 쪽이 지게 되기 때문에, 전임 당 대표의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왕 (사퇴)하는 거 시간 끌지 말자고 생각했다.  
본인의 출마 선언이 황 대표 결심을 당겼다는 뜻인가?  
그런 부분까지 내가 생색내고 싶지 않다. (황 대표가 출마를) 안한다 해서 했을 뿐이고, 이제는 한다 해서 양보하는 것이다. 목표는 문재인 정권 심판이다. 자유우파가 똘똘 뭉치는데 앞서서 모범을 보여야 지지자가 따를 것 아니냐. 그 외에는 고려하지 않았다.
종로로 이사하지 않았나?
출마 선언한 날 익선동 원룸을 계약하고 주소를 옮겼고 다음 날 이사했다. 요즘 공실이 많아 방 구하기는 쉬웠다. 동네 분들이 격려를 많이 해줬다. 전라도에서 힘들고 어려운 선거 치른 거 아는데 왜 어려운 곳만 쫓아다니냐고 말해주셨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통합 논의에 참여할 생각인가?
통합을 고려한다, 안 한다를 떠나서 일절 다른 거를 생각할 여유가 지금은 없다. 이사하고 나서 새벽 4시부터 창신동·혜화동 누비면서 열정을 쏟다가 갑자기 출마를 거둬서 나로서도 황망하다. 사적인 부분은 묻어 두고 싶다.   

2008년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비례대표에 당선된 이 의원은 2015년 재보궐과 2016년 20대에 전남 순천ㆍ곡성에서 당선됐다. 2016년 총선 이후 새누리당 대표에 선출됐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당대표에서 물러나 탈당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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