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그림 읽어주는 여자, 한국 미술을 펴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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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젬마의 한반도 미술창고 뒤지기 1, 2

한젬마 지음, 권태균·한젬마 사진, 샘터,
1권 264쪽 1만2000원, 2권 196쪽 1만 원

이미지 문명의 감각이 '눈'에 쏠려 있어서일까. 미술을 다룬 책이 쏟아져나온다. 미술 관련서 가운데서도 서양 미술 쪽이 월등히 많다. 왜 서양 미술 기획서가 더 많은지 궁금해진다. 한젬마씨는 "한국 미술사가 '학문'으로 치부되는 반면 서양 미술사는 '교양'으로 인식되는 탓"이라고 푼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와 '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를 펴내며 '그림 DJ'로 불리던 그가 "한국 미술사도 교양이 된다"를 보여주는 책 두 권을 펴냈다. "한국 미술에 대한 적극적 수용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외치는 그는 머리까지 잘랐다. 박수근 그림에 나오는 소녀처럼.

1권 '화가의 집을 찾아서', 2권 '그 산을 넘고 싶다'는 화가의 생가와 묘지, 미술관과 기념관 등 한 작가와 인연을 맺고 있는 발자취를 찾아가는 여정을 지역별로 다루고 있다. 제주도 편에 추사 김정희와 이중섭, 강원도 편에 신사임당과 박수근을 묶는 식이다. 독자가 직접 답사하지 않더라도 우리 화가를 이해하는 길동무가 될 수 있게 꾸몄다. 꼼꼼하게 챙긴 지역 미술관 정보, 부실한 자료를 뒤지고 물어물어 다리품으로 건져올린 '찾아 가는 길'이 튼실한 여행서 구실을 한다.

한젬마씨는 앞으로 나올 제3권까지를 일러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 했다. 한씨 자신이 화가여서인지 작가의 마음을 읽는 순도가 높다. 하인두(1930~89)의 '만다라' 연작을 두고 "그가 돌고 돌아 만나고 싶었던 그 무엇…고뇌에 가득 찼던 한 말더듬이가 드디어 세상을 향해 달변을 쏟아 놓기 시작했던 것"이라 썼다. 선배 화가의 영혼을 만지고 온 그는 내년 2월 열 개인전에서 그 추모의 노래를 작품으로 부를 예정이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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