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자 자녀다닌 학원 공개하라"···코로나 불안한 목동 부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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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개학한 부산 부산진구 양정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어린이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개학한 부산 부산진구 양정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어린이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초3 아들을 둔 이모(45‧서울 양천구)씨는 이번 주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서울 양천구 목운초 학부모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과 관련해 '자가격리 통보'를 받아서다.

이씨 아들은 접촉자 자녀와 학교가 달랐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지역 커뮤니티에 접촉자 자녀가 아들과 같은 학원에 다닌다는 정보가 떠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는 모두 아니라고 하는데 어디인지 정확히 모르니 안심할 수 없다”며 “학원, 커뮤니티 모두 믿을 수 없으니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학원 이름만이라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한숨 쉬었다.

목동 학부모가 신종코로나 12번째 확진자 옆자리에서 영화를 봤다가 자가격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목동 학부모들에 비상이 걸렸다. 접촉자 자녀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은 이번 주 휴업에 들어갔지만 정작 학원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아서다.

5일 서울시교육청은 자가격리 학부모의 자녀가 다니는 학원 6곳을 포함해 같은 건물에 있는 학원 50여 곳에 휴원을 권고했다. 하지만 실제로 접촉자 자녀가 다닌 학원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4일 기준 접촉자 자녀가 다닌 학원 중 4곳만 문을 닫았고, 나머지 정상 운영되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에는 “자녀들이 다니는 학원을 알려 달라” “접촉자와 자녀가 다닌 장소를 공개하라”는 글이 쏟아졌다.

목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목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목동 학원가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자가 4일 오후 방문한 목동의 A 어학원 직원들이 학부모의 전화를 응대하느라 분주했다. 학부모 사이에서 접촉자 자녀가 다녔다는 소문이 난 곳이다.

학원 관계자는 “목운초 학생들은 이번 주 학원에 못 오게 했고, (접촉자 자녀가 다녔던 곳이) 우리 학원이 아니라고 안내하는데도 계속 문의 전화가 온다.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는 연락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둘러본 학원 5곳 모두 마스크 쓴 직원들이 쉴 틈 없이 문의 전화에 응대하고 있었다.

학원들은 방역에 신경 썼다. B수학학원은 모든 직원과 강사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사설 방역업체에 의뢰해 살균 소독까지 했다. 학원 입구에 마스크를 비치해 학생들이 착용한 뒤 입실토록 했다. 원장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학생은 강의실 출입을 아예 금지했다. 수업 중에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학부모 한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돼 지난 4일 휴업에 들어간 서울 양천구 목운초등학교에서 양천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교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부모 한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돼 지난 4일 휴업에 들어간 서울 양천구 목운초등학교에서 양천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교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학부모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3 자녀를 둔 김모(45)씨는 “접촉자가 지난달 26일 확진자 옆에서 영화를 본 후 2일부터 자가격리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미 바이러스가 퍼졌을 수 있지  않냐”며 “접촉자와 자녀가 다닌 동선을 정확히 알아야 피할 수 있을 텐데 갑갑하다”고 밝혔다.

다른 학부모는 “인근 지역도 목동 학원으로 많이 다녀 제때 대처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퍼져질 거다. 접촉자와 자녀의 동선을 공개하고 목동의 모든 학교‧학원이 문 닫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가짜뉴스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목운중에서는 지난 4일 ‘목운초 학부모가 보건소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가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양천구청과 교육청은 현재 학부모는 발열 등 증상이 없어 검사를 받지 않고 자가격리만 한 상태라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9일 이후 자가격리가 해제되면 해당 지역의 혼란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접촉자가 확진자가 아닌 상태고, 2차 피해 우려 때문에 동선과 학원 이름의 공개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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