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에 연하장 더 많이 보낸 김정은, 문재인 대통령에겐 안 보내

중앙일보

입력

중국 우한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봉쇄정책에 돌입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하장 및 서한 외교에 나서고 있다.

김정은, 음력설 맞아 각국 수반과 친북 단체장에 연하장 발송 #지난해와 달리 전달자중 시진핑 중국 주석을 첫번째로 호명 #리잔수 등 중국 당국자 3명 이례적으로 포함해 중국 중시 보여 #문재인 대통령 언급 없이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사무총장도 챙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김 위원장이) 여러 나라 당 및 국가수반들과 인사들에게 연하장을 보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중국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지난 2일 위로 서한을 보낸 데 이어 베트남 공산당 창건 90주년을 맞은 응우옌 푸 쫑 총비서에게 축하 서한을 전달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이날 보도했다. 각국 지도자들이 연하장과 서한을 외교의 일환으로 여기면서 친선을 다지고 있지만, 올해 김 위원장의 연하장과 서한 외교는 유독 눈길을 끌었다. 중국을 중시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등에게 연하장을 발송했다고 노동신문이 4일 전했다. [사진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등에게 연하장을 발송했다고 노동신문이 4일 전했다. [사진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2019년엔 연하장 발송 인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가장 앞세워 발표했지만, 올해는 시 주석을 가장 먼저 호명했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은 각종 행사나 김 위원장의 감사 인사를 접하는 대상들을 전할 때 호명 순서가 얼마나 비중을 두고 있느냐는 걸 보여준다”며 “지난해와 달리 올해 중국을 가장 먼저 발표한 건 친중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별도로 중국의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왕후닝(王滬寧) 공산당 중앙위 서기처 서기,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에게도 연하장을 보냈다. 이들은 방북(리잔수)했거나 자신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역까지 나와 영접했던 인물이다. 중국의 대북 정책을 관할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을 따로 챙긴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김 위원장은 통상 음력설을 맞아 연하장을 보낸 인사들에게 답장 형태로 연하장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정면돌파전을 언급한 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로 인해 중국 방문이 어려워지자 중국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최근 3년 동안 연하장을 발송한 동향을 분석한 결과 국가 수반급 인사의 숫자를 줄이는 대신 친북 기관의 단체장들을 챙긴 특징도 보였다. 김 위원장이 중국 국가주석 등 수반급 인사에게 보낸 연하장 수(노동신문 발표 기준)는 2018년 30명에서 지난해 26명, 올해는 25명으로 줄었다.

대신 주체사상 국제연구소 이사장 등 친북 단체장에게 보낸 연하장은 지난해 6명에서 올해 16명으로 늘었다. 여기엔 리잔수 등 중국 고위 인사 3명이 포함됐고, 러시아 21세기 관현악단 단장 등이 새로 들어갔다.

북한의  연하장 발송 대상자 명단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없었고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에게도 연하장을 보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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