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최대규모 반정부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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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베를린AFP·로이터=연합】동독 공산정권 4O년 사상 단일시위로는 최대규모인 약 12만 명의 시민들이 16일 밤 남부도시 라이프치히 번화가에서 정치개혁과 자유신장을 요구하는 반정부 데모를 벌였다.
시내 5개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시민들은 일시에 쏟아져 나와 플래카드와 깃발 등을 들고 자유선거·언론자유·비자 제한 철폐 등을 요구하고 동구권 개혁의 기수인 고르바초프를 지칭하는 『고르비』를 외쳤다.
시위자들은 또 당국이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신포룸(노이에스 포룸)의 합법화를 촉구했다.
경찰과 보안군은 지방관서 주변에 약 1백 명이 배치됐을 뿐 평화적 시위를 물리적으로 제지하지는 않았다.
국영 언론매체들도 지난주부터 지속되고 있는 시위사태이후 최초로 16일의 데모를 신속보도하면서 『수 만 명의 시민들이 행진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동독의 주요 저녁뉴스 프로인 아크튈라 카메라는 라이프치히의 5개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재야 지도자들은 이날 라이프치히 부근의 할레 시에서도 수 백 명이 촛불과 꽃을 들고 데모를 벌였으며 서부 접경의 소읍 플라우엔에서도 1만 명 이상이 가두시위를 했다고 전했다. 이날 데모는 지난 9일 데모의 7만 명에 비해 거의 2배나 된다.
【동베를린AP=연합】동독 공산당의 대다수 지방 당 간부들이 정치국의 전면개편과 강경 보수파 지도자 호네커의 추방을 요구하고 있다고 서독신문 빌트지가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동독내 「정통한」소식통들을 인용, 15명의 동독지역 공산당 최고간부 중 13명이 공산당 지도층의 극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국원이자 동독 관영 노조 책임자인 하리 티쉬는 동독 근로자들 사이에 긴장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 동독 국민 일반의 공산당 지도층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지방 당 간부들이 이렇듯 호네커의 하야 및 정치국의 대대적인 수술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무언가 극적 변화가 없을 경우 파업과 시위가 전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빌트지는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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