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 아이오와 코커스 발표 연기...트럼프 "내가 유일한 승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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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국 아이오와 디모인 링컨고교에서 열린 민주당 66선거구 코커스에서 워런 후보 지지자들이 일어선 가운데 직접 투표수를 세고 있다. [정효식 특파원]

3일 미국 아이오와 디모인 링컨고교에서 열린 민주당 66선거구 코커스에서 워런 후보 지지자들이 일어선 가운데 직접 투표수를 세고 있다. [정효식 특파원]

미국 민주당이 3일(현지시간) 첫 대선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투표 집계에 문제가 발생해 경선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1972년 아이오와주가 민주당·공화당 첫 대선 경선주가 된 이래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아침 트윗에서 "민주당 코커스는 완전한 재앙"이라며 "어젯 밤 아이오와에서 크게 승리한 유일한 사람은 트럼프"라며 공화당 코커스에 97.2%로 1위를 한 걸 자랑했다.

1972년 아이오와 코커스이래 초유의 사태, #공개토론·지지 '직접 민주주의' 전통 도마에 #민주당 집계 앱 작동 안 돼 전화로 결과 보고, #대의원 배정 놓고 '동전 던지기' 장면도 연출 #트럼프 주니어 "민주 국정운영 할 수 있겠나" #부티제지 "자체 파악으론 우리가 승리" 선언 #샌더스·바이든·워런 모두 "우리가 잘 했다"

아이오와 민주당은 현지시간 3일 밤 자정 성명을 내고 "선거구별 3가지 결과 보고에 모순점이 발견됐다"며 "결과 집계 시스템의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보고된 모든 숫자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결과가 실제 투표 결과와 일치하는지를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3가지 결과란 당원 1차 투표와 '15% 생존룰'에 따른 2차 투표 결과, 이를 토대로 환산한 41명 아이오와주 대의원 배분 숫자다. 민주당은 수작업으로 모든 기록을 일일이 검증한 뒤 4일 중 결과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아이오와 민주당이 집계를 위해 도입한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부 카운티에선 전화로 결과를 보고해야 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건 아이오와 민주당은 현대식 투표가 아니라 1678개 선거구 당원대회에 직접 나가 자신의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전통적인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또 공화당과는 달리 '15% 생존룰'이 있어 선거구마다 1차 투표에서 15% 이상 지지를 확보한 후보들만 대의원 확보 자격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15% 미만 군소후보 지지자는 유효 후보에게 2차로 투표하는 복잡한 방식을 거쳐야 한다.

3일 미국 아이오와 디모인 링컨고교에서 열린 민주당 68 선거구 코커스에서 2차 투표결과 샌더스 후보와 부티제지 후보가 한 명의 카운티 대의원을 놓고 '동전 던지기(coin-toss)로 결정하고 있다. [정효식 특파원].

3일 미국 아이오와 디모인 링컨고교에서 열린 민주당 68 선거구 코커스에서 2차 투표결과 샌더스 후보와 부티제지 후보가 한 명의 카운티 대의원을 놓고 '동전 던지기(coin-toss)로 결정하고 있다. [정효식 특파원].

실제 이날 디모인 링컨고교 체육관에서 아이오와 66·68 선거구 코커스를 참관해보니 각 후보 지지자가 그룹별로 좌석에 앉아 일일이 호명해 수기로 집계하는 방식으로 1차 투표를 진행했다. 이어 15%를 확보 못 한 에이미 클로버샤, 톰 스타이어, 앤드루 양 후보 지지자를 상대로 유효 득표 후보자가 1분씩 연설한 뒤 2차 투표 결과를 받았다. 2차 투표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당원도 많았다. 최종 집계 결과 주 대의원을 선출할 카운티 대의원으로 샌더스 2.5명, 부티제지 1.5명이 배정되자 마지막 한 명을 놓고 '동전 던지기'를 통해 각각 샌더스 3명, 부티제지 1명이 배정되는 황당한 장면까지 연출됐다.

아이오와 민주당 68 선거구에서 '동전 던지기'를 통해 샌더스와 부티제지 후보에게 대의원을 배분한 최종 코커스 결과 기록지. 정효식 특파원

아이오와 민주당 68 선거구에서 '동전 던지기'를 통해 샌더스와 부티제지 후보에게 대의원을 배분한 최종 코커스 결과 기록지. 정효식 특파원

민주당 첫 경선에서 이처럼 대혼란이 발생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트위터에서 "민주당이 4년 준비한 코커스를 운영할 수 없다면 그들이 어떻게 실제 나라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브래드 파스케일 선거본부장은 "품질관리는 조작?"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AP통신은 "민주당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아무런 결과가 없는 알을 낳았다"고 비꼬았고 CNN은 "코커스의 밤에 벌어진 난장판은 아이오와에서 아무 승자도 없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피트 부티제지 후보가 3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코커스가 끝난 뒤 남편 채스텐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결과 발표가 연기됐지만 "우리가 승리했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AP= 연합뉴스]

피트 부티제지 후보가 3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코커스가 끝난 뒤 남편 채스텐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결과 발표가 연기됐지만 "우리가 승리했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AP= 연합뉴스]

최종 발표가 지연되자 각 후보는 저마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38세 신예 피터 부티제지 후보는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를 토대로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기도 했다. 부티제지는 "가망 없을 것 같은 희망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며 "모든 결과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우리가 아이오와에서 전국을 놀라게 했다"며 "이를 기세로 뉴햄프셔에서 승리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나는 우리가 아이오와에서 아주 잘해냈다는 결과가 발표될 것이란 강한 느낌이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우리 지표에 따르면 아주 근접한 결과가 나왔고 느낌이 좋다"고 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우리가 상상해온 미국을 위한 투쟁에서 승리하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말했다.

이날 NBC 방송이 실시한 코커스 입구 조사에선 2030 샌더스-65세 이상 바이든으로 세대별로 지지가 뚜렷이 구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17~29세 참가자 절반가량인 48%가 샌더스를 지지했다. 거꾸로 65세 이상은 33%가 바이든을 지지했고 이어 부티제지, 워런 순이었고 샌더스 지지는 빅4 후보 가운데 꼴찌였다.

약 3분의 2 가까운 61%는 민주당 대선 후보 선택 기준으로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며 지지 후보 결정 기준으로 당선 가능성을 꼽았다. 37%는 자신과 주요 문제에 대한 입장이 일치하는 후보라고 답했다.

가장 중요한 대선 정책 이슈로 참가자 42%가 건강보험을 꼽았다. 샌더스·워런 후보 공약인 전 국민 건강보험(메디케어 포 올)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큰 셈이다. 이어 기후변화 21%, 소득 불평등 18%였고, 외교정책이란 응답자는 13%로 가장 낮았다.

디모인(아이오와)=정효식·박현영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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