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끼고 운행해도 불안"...서울시 택시도 방역 강화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에 확산하자 서울시 개인택시조합이 4일 차량 내외부 소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에 확산하자 서울시 개인택시조합이 4일 차량 내외부 소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10년째 택시를 운행하는 이기철(63)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에 확산하자 차량 내부 청결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틈 날 때마다 조합에서 나눠준 거품 멸균 소독제로 가죽 운전대와 의자를 닦는다. 승객에게 피해가 갈까 봐 마스크도 항상 착용한다. 이씨는 “평소에도 위생에 신경을 쓰지만, 신종코로나 사태 이후 택시 소독을 더욱 철저히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인 오세중(48)씨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택시 조합에서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해달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전했다. 오씨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행하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사비를 들여 차 안에 손 소독제를 구비하려고 알아봤는데, 이미 모두 품절이라서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늘어나면서 버스와 지하철에 이어 서울 내 택시에 대한 방역도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시 개인택시조합은 4일 조합이 소유한 12개 LPG 충전소에서 택시 내ㆍ외부 소독을 한다고 밝혔다. 이용률이 가장 높은 양천구 신정충전소(19.4%) 부터 이날 방역이 실시된다. 이후 5일부터 나머지 11개 충전소로 방역을 확대한다.

조합 측이 선정한 방역업체 직원들은 충전소를 방문한 택시와 개인 차량까지 방역 약품을 이용해 차량 내ㆍ외부를 소독한다. 또한 밤과 새벽에 운행하는 택시를 위해 방역 인원들이 교대해가며 24시간 방역을 지원한다.

법인택시 조합도 추가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법인택시조합 측은 현재 업체별로 각기 다른 방역 대책을 시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조합에서 운행 기사들에게 마스크와 손 세정제. 차량 소독제 등을 추가로 지원하는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이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예방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이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예방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시내 택시는 대부분 운행 기사가 자체적으로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을 구비해 감염병 예방에 대응해왔다. 법인택시조합에 소속된 각 업체가 마스크를 배부하고 소독제를 나눠주는 곳은 있었지만, 조합 측에서 직접 나서서 차량 내부 소독을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종코로나 관련 국민 불안이 늘어가면서 택시 조합 측에서도 강력한 방역 대책을 강구한 것”이라며 “택시를 관리ㆍ감독할 의무가 있는 서울시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장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의 버스ㆍ지하철은 신종코로나에 대비해 일찍이 방역을 강화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27일 보건 당국이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올리자, 지하철 전동차 내부 방역 횟수를 월 1회에서 4회로 대폭 늘렸다.

차량 손잡이 등은 전동차가 기지에 입고될 때마다 살균하고 닦는다. 또한 각 버스 업체들도 차량 내부에 비상용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소독 횟수도 늘리는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