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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입국금지에 발끈…中 "'1만명 사망' 너네 독감이나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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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우한 거주 미국인 200명 태우고 귀환하는 전세기.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우한 거주 미국인 200명 태우고 귀환하는 전세기.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두고 미국과 중국 간 공방전이 한창이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신종 코로나에 대해 과민 반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주장의 핵심은 미국이 자국의 계절 독감도 잡지 못하면서 신종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논리다. ‘너나 잘하세요’ 라며 세계 두 강대국이 서로 삿대질을 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지난달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우한(武漢) 소재 총영사관을 타국보다 먼저 폐쇄하고, 지난달 31일 최근 2주간 방중 경험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외교부와 관영 매체까지 나서서 대미 비판 총공세에 나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환구망 캡처]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환구망 캡처]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작심하고 미국을 비판했다. 그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중국의 신종 코로나 퇴치 노력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는데도 미국은 부적절하게 과잉 대응하고 있다”며 “미국의 언론 매체들까지도 미국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 대변인은 이어 미국의 겨울철 독감 통계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900만명의 미국인이 독감에 걸렸으며 이중 1만명이 사망했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가 있다”며 “반면 신종 코로나는 2일 현재 1만7205명의 확진자와 361명의 사망자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중국이 어려울 때 돌을 던지지 마라’는 사설을 실으며 미국 비난에 가세했다.

미국 내에서도 독감에 대한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비판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일 “적어도 현재로선 독감이 신종 코로나보다 더 큰 위협”이라는 의학 담당 기자의 글을 실었다. WP에 따르면 올해의 미국의 독감은 예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WP는 “테네시에선 휴교령이 떨어졌고 클리블랜드에선 헌혈이 금지됐다”며 “지난 넉 달 사이 2600만명이 독감에 걸렸고 이 중 2만500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독감 사망자 통계는 집계 기관마다 차이가 있다. 유엔에 따르면 미국 인구는 3억3100만명이다.

미국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인 WP와 CNN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는 관영 매체와 미국의 언론 매체는 방향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수칙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수칙

실제로 독감과 신종 코로나 중 어떤 게 더 치명적일까. 세계경제포럼(WEFㆍ일명 다보스 포럼)에 따르면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WEF는 홈페이지에 “신종 코로나는 새로 나온 변종 바이러스이고 백신도 없다”며 “매년 세계 전역에서 발생하는 독감은 백신도 나와 있는 데다, 새로운 바이러스와는 비교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WP 역시 “독감 때문에 신종 코로나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와 관심이 사그라들 수는 없다”고 신종 코로나를 경계하고 나섰다. 미국 연방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응 태스크포스의 일원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WP에 “독감 역시 치명적 질병이지만 계절성인 데다 3~4월 경이 되면 잡힐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독감 상황은 어떨까.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나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등마다 차이는 있지만 매년 2300~2900명이 독감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한국 인구는 통계청 집계 기준으로 5천178만명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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