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개 많아 예산 더 필요…보유세 꺼낸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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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경기도 화성시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에서 유기견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경기도 화성시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에서 유기견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반려동물 보유세를 부과하면 소유자 비용 부담이 커져 유기동물이 늘어날 것이다.”

독일 등 반려동물 소유주에 과세 #“세금 물면 유기동물 늘 것” 반대 속 #농식품부 “기금 형태로 걷을 수도”

“돈이 많으나 적으나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든 동물을 유기한다. 이미 유기동물 보호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반려동물 보유세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의 동물보호 복지정책을 담은 동물복지 종합계획에서 “2022년부터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 기금 도입 등을 검토하여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전문기관 등의 설치·운영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지난달 14일 발표했다.

정부가 세금·부담금·기금 등 여러 형태로 반려동물을 위한 돈을 모으려는 이유는 반려동물·유기동물과 관련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의 동물보호·복지 관련 예산은 135억8900만원이었다. 불과 5년 전인 2015년 예산(14억9500만원)보다 9배가량 늘어난 숫자다. 늘어나는 정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농식품부는 동물복지정책팀을 새로 설치하기도 했다.

늘어나는 정부 예산만큼 전국에 버려지는 동물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8년 기준 전국에서 구조·보호된 유기·유실 동물은 12만1077마리로 전년(2017년)보다 18% 늘어났다. 2015년 8만2082마리였던 구조 동물 숫자가 3년 만에 1.7배가량 증가했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동행) 대표는 “국내 동물보호센터는 ‘보호소’가 아니다. 동물 복지는커녕 최소한의 밥과 치료만을 제공하기도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구조 동물의 복지나 재입양 절차에 들어갈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관련 논의를 2022년에나 시작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비용을 매겨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는 보유세 형태로 반려동물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독일은 일반 견종은 최소 90유로에서 맹견의 경우 600유로까지 반려인이 비용을 지불한다. 미국·중국·영국처럼 동물 등록을 매년 갱신하도록 해서 비용을 부과하는 나라도 있다. 금액은 중성화 여부나 견종에 따라 다르다.

윤동진 농식품부 농업생명정책관은 “서구 일부 국가에서 반려동물 보유세를 통해서 사회적 비용을 해소해 나간 사례가 있다”며 “한국도 세금을 부과한다면 국세가 아니라 지방세로 신설할 수도 있고, 기금 형태로 걷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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