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실에 책·오락시설···우한 교민 14일 격리 생활 살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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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체류 중인 교민 700여명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전세기를 투입한다. [뉴스1]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체류 중인 교민 700여명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전세기를 투입한다. [뉴스1]

정부가 30일 중국 우한 교민을 태우고 올 전세기 한 대 운항을 먼저 승인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날 오전부터 시작하려다 미뤄진 교민 이송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귀국을 희망한 교민 700여명 중 절반가량이 이르면 오늘이나 내일 국내로 들어온다. 입국하면 경찰인재개발원(충남 아산)과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충북 진천)에 격리된다. 최대 잠복기인 14일 동안 두 시설에 머무르게 된다. 2주간 격리되는 우한 교민들의 생활은 어떻게 이뤄질까.

교민들은 임시생활시설에서 1인 1실로 머무르게 된다. 다만 보호가 필요한 영유아,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다른 가족과 같은 방을 쓴다. 모든 식사와 생활용품 등은 정부가 제공한다. 세면도구와 침구류도 개인별로 따로 지급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교민들에게 편안함을 드리는 동시에 감염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1인 1실이되 그 안에 화장실, 샤워실이 다 갖춰진 시설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중국 우한서 귀국하는 교민들이 수용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에 트럭이 진입하고 있다. [뉴스1]

중국 우한서 귀국하는 교민들이 수용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에 트럭이 진입하고 있다. [뉴스1]

단순히 의식주만 해결하는 거로 그치지 않는다. 교민들은 2주 내내 외부 출입과 면회가 불가능하다. 온종일 실내 생활을 해야 하는 만큼 시간을 적절히 보낼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각종 책과 오락시설 등을 충분히 시설 내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활동성이 큰 어린아이들을 위한 시설 마련도 검토하고 있다. 박능후 장관은 "아이들은 방에 가만히 있는 걸 참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면서도 어떻게 적절히 관리할지고심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교민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부분도 있다. 정부는 평상시 N95 마스크(보건용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도록 기준을 정했다. 감염 관리도 철저히 이뤄진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건강 상태도 의료진이 하루 두 차례 확인한다. 만약 발열 등 의심 증세가 확인될 경우엔 곧바로 국가지정입원치료 병상으로 옮겨져 격리 치료를 받게 된다. 시설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소독한 뒤 이중 밀폐 전용 용기에 담아서 당일 바로 소각한다. 교민들은 14일 동안 아무 증상이 없으면 보건 교육을 받고 시설에서 나와 귀가하게 된다.

정부는 아산ㆍ진천으로 정한 임시생활시설을 바꿀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능후 장관은 "(교민 이송) 장소는 선정 후 사전 준비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오늘 저녁에 이송을 시작하면 장소 변경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시설 안에는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방부에서 나온 의료인력들을 배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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