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어 EU도 화웨이 5G 장비 허용…미의 '반화웨이 전선' 완전 무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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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회원국들의 화웨이 5G(세대) 통신 장비 사용을 사실상 허용했다. 영국에 이어 EU까지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5G 장비를 허용하면서 미국이 주도한 '반 화웨이 전선'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반면 화웨이는 영국에 이어 EU의 빗장이 풀리면서 글로벌 5G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AFP 통신 등은 29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5G 구축과 관련 안보 위험성이 큰 공급자는 핵심 시설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하지만 화웨이를 비롯한 특정 국가나 업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EU 각 회원국이 화웨이를 이용할지 영국처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며 "화웨이 5G 장비 사용 금지를 압박해 온 미국에 또 한번의 타격을 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영국은 지난 28일 민감한 국가 정보를 다루는 네트워크 핵심 부문을 제외한 비핵심 부문에서는 전체 장비의 35%까지 화웨이 제품을 쓸 수 있도록 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5G 장비 시장 점유율이 30%로 세계 1위다. 하지만 미국은 화웨이의 통신 장비가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며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핵심 정보 공유 동맹(Five Eyes·5개의 눈) 국가중 하나인 영국이 화웨이 장비 사용을 허용하면서 미국 주도의 반 화웨이 전선은 균열되기 시자했다. 올해는 특히 유럽에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등이 5G망 구축을 앞두고 있어 화웨이의 시장 진출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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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비롯한 EU 회원국들이 미국의 압박에도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인 실리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전망 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EU가 화웨이의 5G 장비 사용을 배제하면 5G 투자 비용이 최대 2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이 영국은 최대 118억 달러(약 14조원), 독일이 최대 138억 달러(약 16조원) 정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한편, 화웨이는 "유럽 내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가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 유럽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화웨이는 20년 가까이 유럽에서 사업을 운영했으며 앞으로 유럽 정부 및 통신사들과 네트워크 보안과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한 공통 표준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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