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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참모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이유를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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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가 있다는 검찰 발표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독선과 오만에 찬 정치권력이 절대권력으로 변할 경우 반드시 부패하게 된다는 역사적 교훈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어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의 주례회동에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하라”고 지시했다.

이제 남은 의문은 왜 이들이 정치적·사법적 위험을 무릅쓰고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에 사생결단식으로 매달렸던가 하는 점이다.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벗이었던 송 시장이 선거에 출마하고 당선되는 과정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이 “나의 소망은 송 시장의 당선”이라는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의식해 충성경쟁을 하는 식으로 선거에 개입했는지를 의심하고 있다. ‘청와대의 어느 선까지 선거에 개입한 것이냐’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이번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에 대한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이 비서관은 어제 소환됐고, 임 전 실장은 30일 공개 출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의 연루 혐의가 상당 부분 드러났는데도 두 달 전까지 비서실 운용을 책임졌던 임 전 실장이 “이번 사건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에 가깝다”고 말한 것은 고위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자세라고 볼 수 없다. 그동안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던 그가 “윤석열 총장 등 일부 검사들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기획해서 짜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은 궤변으로 들린다.

남은 수사는 이번 인사로 교체되는 새로운 검사들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사건을 맡게 될 수사팀은 권력이 아닌 국민을 바라보고 수사에 임해 줄 것을 촉구한다. 많은 국민은 촛불혁명을 통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집불통의 권위주의 정부가 우리 사회를 과거로 후퇴시키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검찰 수사에 간섭하는 듯한 태도를 지양해 줄 것을 주문한다. 서울대가 교수직 직위해제를 결정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사건을 겪으면서 이 정부의 ‘내로남불’은 충분히 경험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사무실에 걸린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의미처럼, 스스로를 대할 때 법과 원칙에 따라 더 엄정히 처리하는 것이 공정과 정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