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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밀려 아산·진천 말도 안돼" vs "소지역주의"…정치권도 술렁

중앙일보

입력

29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농기계로 도로를 막는 주민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아산과 충북 진천 공무원 교육시설에 우한 교민을 격리수용 한다는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농기계로 도로를 막는 주민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아산과 충북 진천 공무원 교육시설에 우한 교민을 격리수용 한다는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충북 진천, 충남 아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격리 수용지로 결정되면서 정치권도 술렁이고 있다. 진천과 아산 일부 주민들이 경운기와 트랙터까지 동원해 바리케이트를 치는 등 지역 사회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여야는 총선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충청권 표심에 영향은 없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9일 관계부처 합동 3차회의에서 30~31일 전세기로 국내 송환하는 중국 우한 지역 교민과 유학생 수백명을 수용할 임시생활시설로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2곳을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천안의 시설 두 곳에 수용할 방침이었다가 급선회한 것이다.

충북 진천군 이장단협의회 등 단체와 주민들이 29일 오후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을 트랙터 등으로 봉쇄하고 우한 교민 수용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중국 우한 지역 교민 등을 전세기로 국내 송환한 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 나눠 격리 수용하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충북 진천군 이장단협의회 등 단체와 주민들이 29일 오후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을 트랙터 등으로 봉쇄하고 우한 교민 수용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중국 우한 지역 교민 등을 전세기로 국내 송환한 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 나눠 격리 수용하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지역 정치권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명수 한국당 의원(아산갑)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산이 그렇게 한가한 곳이 아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수백명을 한 곳에 몰아넣으면 집단감염 우려가 있으니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산하 시설에 분산 수용해야 한다”며 “그런 이유로 천안ㆍ아산에 오는 것을 반대했는데 천안에서 밀리니까 아산으로 결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격리 수용시설로 천안이 떠오른 전날 “천안의 국립 청소년수련원은 불편한 점이 많아 재검토돼야 한다.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도 2018년 라돈 침대를 쌓았던 장소인데 또 천안이냐”며 반대했었다.

경대수 한국당 의원(증평-진천-음성)도 진천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코 허용될 수도, 용납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 의원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2만6000명이 밀집해서 살고 있는 충북 혁신도시에 있다. 주민 생명을 볼모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역시 난감한 분위기다. 아산갑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복기왕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반대 여론에 밀려서 옮기는 것처럼 되면 각 지역에서 대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민원과 정치적 고려에 따라 결정하면 들어갈 지역이 없다”며 “벌써 ‘큰 도시(천안)에 밀려서 우리(아산)는 치이나’라는 반발이 나온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선거 때이기도 하니까 일부 정치 세력이 ‘우리가 봉이냐’며 소(小)지역주의를 자극한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수용지 변경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오후 주재한 관계부처 회의에서 논의가 모아졌다고 한다. 정부가 처음 예정했던 충남 천안의 국립청소년수련원, 우정공무원교육원에 대해 지역 주민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반대 의사가 강했기 때문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 전언이다. 충남 출신 여권의 한 유력 인사는 “두 개 시설을 충남에만 두는 건 부담”이라는 입장을 정부에 전했다고 한다.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제기된 의견에 정 총리가 ‘합리적인 지적’이라고 봤고 결국 회의에서 충북 1곳, 충남 1곳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지역 반발이 거세게 나와 수용지를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은 알고 있다. 우리도 아쉽다”며 “정면돌파를 했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한영익ㆍ김효성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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