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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의 공포’ 시총 하루 새 54조 날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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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주가와 원화값이 함께 내린 28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마스크를 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69.41포인트, 원화값은 달러당 8원 하락(환율은 상승)했다. [뉴스1]

주가와 원화값이 함께 내린 28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마스크를 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69.41포인트, 원화값은 달러당 8원 하락(환율은 상승)했다. [뉴스1]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가 국내·외 금융시장을 뒤덮었다. 확진자 발생 지역이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으로 확대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우한폐렴 쇼크 금융시장 강타 #코스피 -3% 15개월래 최대 하락 #반도체 냉각 우려에 삼성전자 -3.3% #성장정체 맞은 중국 엎친 데 덮쳐 #FT “1분기 30년래 최악 성장 위기”

28일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원화값은 동시에 크게 내렸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9.41포인트(3.09%) 내린 2176.72로 마감했다. 하루 지수 하락 폭으로는 2018년 10월 11일(-98.94포인트)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외국인은 5200억원, 기관 투자가는 190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부진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반도체 관련주는 급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3.29% 내렸고 SK하이닉스도 2.43% 하락했다. LG화학(-3.44%)과 LG생활건강(-7.12%)·포스코(-6.03%)·아모레퍼시픽그룹(-7.69%) 등은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도 20.87포인트(3.04%) 급락한 664.70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에만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이 설 연휴 전에 비해 54조원가량 감소했다.

우한폐렴 쇼크

우한폐렴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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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8원 급락=증시가 출렁이자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값은 오르고 원화값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달러당 8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1176.7원에 마감했다. 원화값은 지난해 12월 12일(달러당 1186.8원) 이후 약 7주 만에 가장 낮아졌다.

◆금값 6년 9개월 만에 최고=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몰리며 채권값과 금값도 크게 올랐다. 시장금리의 지표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72%포인트 하락(채권값은 상승)한 연 1.352%로 거래를 마쳤다. 27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금값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0.4%(5.50달러) 오른 1577.40달러에 마감했다. 2013년 4월 이후 약 6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27일(-2.03%)에 이어 28일(-0.55%)에도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 증시는 춘절 연휴로 휴장했다. 27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57%, 나스닥 지수는 1.89% 하락했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93%(1.05달러) 내린 배럴당 53.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올해 중국 1분기 경제 성장률이 3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내 소비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가뜩이나 부담을 안고 있는 중국 지도부가 이번 사태로 이중고를 겪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의 경제 상황이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SARS) 사태가 발생한 2003년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6.1%였다. ‘바오류(保六·성장률 6%대 유지)’를 간신히 달성했다.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지만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스 사태 당시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7%였지만 올해는 20%로 배 이상 높아졌다.

사스 사태가 발생한 2003년 중국의 성장률은 1분기 11.1%에서 2분기 9.1%로 떨어졌다. 하지만 연간 성장률은 10%로 전년(9.1%) 대비 0.9%포인트 올랐다. 투자은행 맥쿼리 차이나의 이코노미스트 래리 후는 “2003년 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며 “당시 중국은 수출 증가 사이클의 초기 단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 정부·기업·가계의 부채는 역대 최대치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톈레이 황 연구원은 “현재 중국은 대규모 재정적자 상태여서 (사스 때처럼) 재정적 조치를 추진할 여력이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배정원·홍지유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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